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는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비기거나 이기면 A조 2위로 32강에 오른다. 이 경우 32강 상대는 B조 2위다.
그러나 패하면 체코와 멕시코전 결과에 따라 조 3위 또는 4위가 된다. 조 3위를 지키더라도 한국 경기 결과만으로 32강 진출 여부와, 진출할 경우의 상대를 곧바로 확정하기 어렵다.
이처럼 조 3위가 되면 계산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2026 북중미 월드컵부터 토너먼트 진출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 조 3위도 32강행… 경우의 수는 495가지
1998년 이후 월드컵에서는 32개국이 참가해 8개 조의 1·2위만 16강에 올랐다. 대진 구조도 비교적 단순했다. 예컨대 A조 1위는 B조 2위, B조 1위는 A조 2위와 만나는 식으로 상대 팀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이번 대회는 사상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열린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개한 규정에 따르면 48개팀은 4개팀씩 12개조로 나뉜다. 각 조 1·2위 24팀은 32강에 직행하고, 여기에 성적이 좋은 조 3위 8팀이 추가로 토너먼트에 오른다. 즉 어느 조의 3위가 살아남느냐에 따라 대진표가 달라진다. 12개 조에서 8개 조를 고르는 경우의 수는 495가지에 달한다.
한국은 A조 3위가 될 경우 바뀐 규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먼저 한국은 12개 조 3위 팀 가운데 상위 8팀 안에 들어야 한다. FIFA는 조 3위 팀을 승점, 골득실, 다득점, 팀 행동 점수, FIFA 랭킹 순으로 비교한다.
한국이 이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상대는 미지수다. FIFA 대진표상 A조 3위는 조 3위 진출팀의 조합에 따라 E조 1위인 독일이나 G조 1위를 만날 수 있다. 한국 경기가 끝난 뒤에도 다른 조 3위들의 성적을 함께 따져야 32강 상대가 확정되는 셈이다.
이런 복잡성은 조 1위로 32강에 이미 오른 팀에게도 나타난다. 미국 스포츠 매체 SB 네이션은 22일(현지 시각) 미국 대표팀의 32강 상대를 예측하는 기사에서 "미국이 D조 1위를 확정했지만, 32강 상대가 B·E·F·I·J조의 조 3위 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며 "495가지 경우의 수가 얽힌 복잡한 문제"라고 했다.
다만 조 3위에게도 32강 문이 열리면서 더 많은 팀이 조별리그 막판까지 생존 경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구조는 변수를 늘리고, 의외의 팀이 토너먼트에 오를 가능성도 키운다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더 많은 이변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 복잡해진 대진표, 줄일 수 있을까
48개국 체제에서 대진표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를 다룬 연구도 나왔다. 치충(Chong Qi) 스웨덴 왕립공과대(KTH) 물리학과 교수는 17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한 논문에서 현행 월드컵 방식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치 교수는 현재 FIFA 방식의 문제를 모든 조의 결과가 서로 얽히는 구조에서 찾았다. 12개 조 3위 팀을 한꺼번에 비교하다 보니, 한 조의 3위 팀 운명이 전혀 다른 조의 경기 결과와 연결된다는 뜻이다. 그는 이 구조가 토너먼트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봤다. 또 현행 대진표에서는 같은 조에서 만났던 팀들이 32강 이후 다시 만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치 교수는 대안으로 12개 조를 3개 조씩 4개 구역으로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다. 각 구역에서 조 1위 3팀, 조 2위 3팀, 그리고 그 구역 안의 조 3위 중 성적 좋은 2팀을 올린다. 이렇게 하면 각 구역마다 8팀짜리 작은 토너먼트가 만들어진다. 전체 12개 조의 3위 팀을 한꺼번에 비교하지 않고, 같은 구역 안에서만 비교하는 방식이다.
또 조 1위 팀은 해당 구역에 남겨 대진표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하고, 조 2위와 조 3위 팀은 규칙에 따라 다른 구역으로 옮기는 방식을 제안했다. 같은 조에서 올라온 팀들을 서로 다른 구역에 배치해, 토너먼트 초반 재대결을 막는 구조다.
치 교수는 논문에서 "새로 제시한 방식에서는 대진 경로가 단순해지고, 각 팀이 어떤 길로 토너먼트를 치를지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며 "경쟁의 공정성과 경기 일정 예측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arXiv(2026), DOI: https://doi.org/10.48550/arXiv.2606.19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