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더욱 확장된 생산 역량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지난 3월 미국 록빌 생산 시설 인수 완료로 전문 인력과 시설을 확보한 만큼 수주 경쟁력은 한층 강화됐습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컨벤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산업 전시회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BIO USA) 2026'. 제임스 최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이날 회사 부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면서 글로벌 제약사 공급망이 다변화되는 만큼, 한국 기업의 생산 능력 증대가 중요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K바이오 기업들은 올해 '바이오USA'에서 한층 강화된 생산 능력과 인공지능(AI)을 핵심 역량으로 내세웠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바이오 기업 진출이 주춤해진 사이에 글로벌 시장에서 K바이오 입지를 더욱 굳히기 위한 시도다.
◇확장된 생산 능력 앞세운 K바이오
올해로 33회를 맞는 '바이오USA'엔 전 세계 76국에서 1600개 기업이 참여하고 2만명이 방문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및 기관은 350곳이 참여했다. 개최국 미국에 이어 둘째로 큰 참가 규모다.
2011년 창사 이후 매년 바이오USA에 참가해 온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시장 한가운데 140㎡(약 42평) 규모로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부스 벽면엔 영상을 통해 최근 인수한 6만 리터(L) 규모의 미국 록빌 시설을 소개했다. 록빌 인수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 생산 능력은 84만5000리터로 높아졌다.
위탁연구(CRO), 위탁개발(CDO), 위탁생산(CMO)을 하나로 통합한 비즈니스 모델(CRDMO)도 전면에 내세웠다. 이른바 연구부터 생산까지 책임지는 전 주기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제임스 최 부사장은 "행사 기간에만 100여 곳의 해외 기업과 미팅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강조하는 단독 부스를 마련했다. 8월 준공을 앞둔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제1공장과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연결하는 이른바 '듀얼 사이트' 전략을 내세웠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전지원 상무는 "해외 기업들에 시러큐스 공장 안에 항체 약물 접합 치료제(ADC) 전용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 송도에서 항체 원료를 생산하고 미국에서 최종 약물 통합 생산을 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올해 별도로 51개 기업이 참여한 한국관을 마련했다. 개별 국가 부스로는 가장 큰 규모다. 반면 올해 중국관 규모는 한국관에 비해 작았다. 미국이 중국의 주요 위탁 개발 생산(CDMO) 기업인 우시앱텍을 '군사 기업 명단'에 올리는 등 중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규제 압박 수위를 높인 영향으로 풀이됐다.
◇AI 신약 기술력 알려
올해 바이오 USA의 주제는 '사명을 위한 혁신(Driven by Purpose)'이다. 신약 연구 개발에 있어 AI를 비롯한 혁신 기술로 속도를 내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압축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다수도 행사장 내 '디지털 헬스 앤 AI존(이하 AI존)'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AI 기반 신약 개발 역량을 강조했다.
SK바이오팜은 '모든 환자를 위한 AI(AI for Every Patient)'를 구호로 내걸었다. AI를 통한 신약 개발과 연구 개발·업무 운영에서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최근 AI 신약 개발 기업인 인실리코 메디슨과 함께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맺은 것을 언급하면서 "조만간 신약 개발에서 혁신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회사 측은 "최근 SK그룹과 엔비디아 협력이 확대되는 만큼, SK바이오팜도 SK하이닉스와 손잡고 AI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셀트리온도 AI존에 부스를 마련했다. AI를 활용해 항체 치료제 후보 물질 설계를 넘어, 임상 시험 성공 가능성이 높은 후보 물질을 추려 실제 임상에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행사 기간 해외 기업 120곳과 미팅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동아쏘시오그룹도 AI존에 동아에스티·에스티팜·비티젠 3개 계열사 공동 부스를 차렸다. 동아에스티는 신약 연구·개발 역량과 주요 파이프라인을 글로벌 기업에 소개하고 공동 연구와 기술 이전 등 사업 개발 가능성을 강조했다.
◇"K바이오, 임상에 더 속도 내야"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려면 정부의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바이오협회 이승규 부회장은 "중국은 이미 임상 개념 검증(PoC)을 마친 후보 물질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 같은 속도라면 미국도 곧 따라잡힐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아직 전임상 형태의 후보 물질을 내놓는 경우가 더 많고, 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임상 속도를 내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면서 "정부의 임상 초기 집중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