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적처럼 보이는 수상한 거미줄 덩어리를 물자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거미줄이 풀렸다. 그 순간 개미는 공중으로 튕겨 올라 중력의 130배에 달하는 가속도로 날아올랐다. 종착지는 위쪽에 쳐져 있던 거미줄이었다. 호주 열대우림에서 이처럼 특정 개미종을 노려 '공중 납치'해 사냥하는 거미가 발견됐다.
호주 매쿼리대 아제이 나렌드라 교수와 독일 그라이프스발트대 등이 참여한 공동 연구진은 호주 퀸즐랜드 북부 열대우림에서 발견한 프로포스티라속 거미의 사냥 방식을 분석해 최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이 거미는 아직 정식 학명은 없지만, 사냥 방식이 고대 로마의 공성무기로 돌이나 화살을 멀리 쏘는 장치인 발리스타와 닮아 '발리스타 거미'라는 별칭이 붙었다.
◇해 지면 4시간 동안 덫 짓는다
이 거미는 낮에는 잎 뒷면에 숨어 지낸다. 해가 지면 본격적인 덫 공사가 시작된다. 거미는 초록나무개미가 오가는 길 위쪽에 자리를 잡고, 잎과 가지 사이에 15~60개의 거미줄을 팽팽하게 건다. 아래쪽에는 작은 원뿔 모양의 거미줄 덩어리를 만든다. 덫을 완성하는 데는 최대 4시간이 걸린다.
일반적인 거미줄은 곤충이 우연히 걸리기를 기다린다. 발리스타 거미의 덫은 다르다. 목표물은 초록나무개미 한 종뿐이다. 이 개미는 집단성이 강하고 공격적이라 위협을 받으면 동료를 불러 떼로 반격한다. 작은 포식자에게는 만만한 먹이가 아니다.
발리스타 거미는 이 공격성을 역이용한다. 연구진은 거미가 덫의 원뿔 부분에 초록나무개미를 유인하는 화학물질을 묻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개미가 이 구조물을 적으로 착각해 턱으로 물면 덫이 작동한다. 고정돼 있던 거미줄이 풀리고, 팽팽하던 거미줄이 순간적으로 수축하며 개미를 그대로 공중으로 발사한다.
◇초고속 카메라로 겨우 잡은 순간
연구진은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초당 5000~7000프레임의 초고속 카메라를 동원했다고 한다. 사람이 눈으로 보면 흐릿한 움직임만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이다. 개미가 튕겨 올라가는 순간 가속도는 초당 제곱미터 1367m 수준이었다. 중력가속도의 약 130배다.
개미는 30㎝ 이상 떠올라 거미가 위쪽에 쳐놓은 본거미줄에 걸린다. 거미는 곧바로 달려들지 않는다. 개미가 충분히 엉켜 더 이상 반격하기 어려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접근해 실로 감싼다.
이 방식은 위험한 개미 무리와 직접 부딪히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거미가 개미 길목에서 직접 사냥하면 곧바로 집단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덫으로 한 마리만 위로 떼어내면, 개미 군단과 거리를 두고 안전하게 사냥할 수 있다. 무리에서 한 마리씩 '공중 납치'하는 셈이다.
사냥법만큼이나 흥미로운 것은 덫을 작동시키는 주체가 거미가 아니라 특정 개미라는 점이다. 같은 나무에 사는 다른 개미들은 이 덫에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표적으로 삼은 초록나무개미가 원뿔 모양 거미줄을 물어뜯어야 덫이 작동한다. 연구진은 초록나무개미만 반응하는 특수한 화학물질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연구진은 "거미줄이 특정 먹이 한 종을 겨냥해 설계되고, 포식자가 아니라 먹이가 직접 덫을 작동시키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했다. 거미줄이 단순히 곤충이 걸리기를 기다리는 끈끈한 그물이 아니라, 탄성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순간적으로 방출하는 정교한 생체 덫으로 진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