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부터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도 이에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조선일보 DB

노인 실명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황반변성은 눈 안쪽에 있는 망막 중심부(황반)에 나쁜 혈관들이 멋대로 자라나 시력을 망가뜨리는 질환이다. 방치하면 실명까지 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7국의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1년엔 275억달러(약 4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 인구가 급증하는 데다, 최근 진단 기술이 발달하면서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가 빠르게 늘기 때문이다. 이에 글로벌 대형 제약사부터 우리나라 바이오 기업들도 차세대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주사 맞는 횟수는 줄이고 간격은 늘리고

황반변성/ 안과질환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황반변성 치료제는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의 '아일리아'다. 눈 속에 자라나는 불량 혈관을 막아주는 주사제다. 201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이후 15년 동안 전 세계 시장을 독점 하다시피 해 온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업계에선 지금까지 누적 매출 700억달러(약 106조원)를 넘겼을 것으로 추정한다.

문제는 이 치료제를 맞으려면 눈동자에 직접 주삿바늘을 찔러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감과 번거로움이 상당했다.

제약업계에선 이에 '주사 맞는 횟수를 줄이고, 한 번 맞으면 효과가 오래 가게 하는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리제네론은 약물 용량을 높여 주사 주기를 대폭 늘린 '아일리아HD(고용량)'를 새로 출시했다. 예전에는 2개월마다 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아야 했다면, 이제는 그 간격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4개월까지 늘어났다.

스위스 제약사 로슈가 내놓은 '바비스모'는 아일리아를 바짝 추격하는 약물이다. 출시 3년 차인 2025년에만 전 세계 매출 52억달러(약 7조원)를 돌파하며 아일리아 대항마로 빠르게 성장했다. 바비스모는 시력을 망가뜨리는 두 가지 원인을 동시에 잡는 세계 최초의 안과용 이중 항체 치료제로, 비정상 혈관의 생성을 막는 동시에 혈관을 헐겁게 만들어 피나 진물이 새어 나오게 하는 또 다른 원인도 차단한다. 덕분에 주사 간격도 아일리아보다 길다. 환자에 따라 최대 4개월까지 투약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로슈는 최근 눈 속에 아주 작은 약물 주머니를 심어서, 한 번 시술하면 수개월 동안 약이 자동으로 조금씩 흘러나오게 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주사 맞는 주기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이다.

단 한 번만 투여하면 수년 동안 치료 효과가 유지되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애브비와 유전자 치료제 전문 기업 리젠엑스바이오는 일회성 유전자 치료제 후보 물질인 'RGX-314'의 글로벌 임상 3상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한 번 투여하면 수년간 항체 주사를 따로 맞지 않아도 시력이 유지되는 것이 목표다.

◇눈에 넣는 안약부터 삼키는 알약까지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투약 편의성을 강화한 황반변성 치료제를 계속 내놓고 있다.

바이오 기업 넥스세라는 습성 황반변성 치료제 'NT-101'을 점안제로 개발하고 있다. 망막 조직까지 약물을 효과적으로 밀어 넣는 '점안 전달 플랫폼' 기술이 핵심이다.

점안제 형태인 만큼 안구에 직접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개발에 성공한다면 그만큼 환자 편의가 커지고 치료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초기 임상에선 기존 주사제 못지않은 시력 개선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현재 미국에서 1상과 2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조기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케어젠 역시 점안제 'CG-P5'를 개발하고 있다. 펩타이드 합성 기술을 활용해 망막 세포를 보호하고 염증을 개선하는 점안제다. 최근 미국 임상 1상을 마치고 다음 단계 임상을 준비하고 있다.

먹는 형태도 개발 중이다. 압타바이오는 경구용 황반변성 치료제 'ABF-101'을 개발하고 있다. 약물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망막에서 생기는 신생 혈관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미국 임상 1상을 시작했다. 만약 성공한다면, 전 세계 황반변성 치료제 중에서도 극히 드문 '먹는 약'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