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이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투표에 들어간다. 임금 협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노조가 삼성 주요 계열사와 공동 대응에서 벗어나 독자 노선으로 전환할지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22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 노조는 지난 16~18일 조합원 총회를 열고 초기업노조 탈퇴와 노조 규약 개정안을 안건으로 확정했다. 노조는 오는 24~28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합원 과반이 참여하고, 투표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탈퇴안은 가결된다.
이번 투표는 노조 집행부의 교섭 전략에 대한 재신임 성격도 띤다. 집행부는 삼성전자 노조가 협상을 타결하면서 초기업노조의 구심력이 약해졌고, 계열사별 이해관계가 달라 공동 대응에도 한계가 생겼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 노선으로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간 정보 공유나 공동 전선 이탈로 존재감이 낮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집행부 노선에 대한 이견이 표면화된 것이다.
노조 내부 결속력은 파업 초기보다 약해진 분위기다. 지난 4월 말 부분 파업 이후 노사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조합원 피로감이 커진 영향이다. 16~18일 총회와 설명회 참석자는 200여 명으로, 4월 파업 전 총회 참석자 700여 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임금 손실과 성과급 축소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연장·휴일 근무 거부 등 준법 투쟁에 참여한 일부 조합원은 최대 150만원 안팎의 급여 감소가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법 투쟁이 길어질 경우 회사 실적과 성과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행부를 둘러싼 논란도 변수다. 최근 조합비 결산 자료 관리 문제와 노조 규약 개정안을 둘러싸고 투명성 문제가 제기됐다. 규약 개정안에는 생계비 지원, 투쟁 기금, 긴급 재정 조치 등 재정 운용 관련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은 집행부 권한이 커지는 반면 감시 장치는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노사는 최근 물밑 협상을 재개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19일 만인 지난 16일 대화를 다시 시작했다. 다만 구체적 임금안보다 협상 공개 여부와 교섭 방식 등을 논의하는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24일에는 집중 교섭이 예정돼 있다. 초기업노조 탈퇴 투표 직전 협상 진전 여부가 투표 결과와 향후 쟁의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노조는 지난 4월 말 60여 명 규모의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5월 1~5일 2800여 명이 참여한 전면 파업을 벌였다. 이후 연장·휴일 근무 거부 방식의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4% 안팎 인상,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영업이익 20% 성과급 재원 확보와 성과급 상한 폐지,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