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과거 성희롱 의혹으로 대학 교수직을 내려놓은 인사를 정부 상훈 대상자로 추천했다가 뒤늦게 포상 취소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정부의 잇따른 인선 실패에 부실 검증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2일 관보에 게재된 '정보통신 및 정보문화 유공' 정부 포상 수여자 명단에는 산업포장 수여 예정이던 A씨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취소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A씨는 2011년 KAIST 교수 재직 당시 제자를 상습 성희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학교를 떠난 인물입니다. 당시 총학생회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블루스 춤을 추자"며 신체 접촉을 하거나, 연구실에서 "너 나랑 잘래?" 같은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총학생회 조사가 시작되자 곧바로 사직서를 내고 물러났습니다. 당시 여러 언론이 보도했던 사안입니다.
그런 인물이 정부 포상 대상자로 선정되자 논란은 커졌습니다. 과기부는 "범죄 이력이나 징계 이력을 조회했지만,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A씨가 자진 사퇴하면서, 징계 기록이 남지 않았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정부 포상 검증이 서류 조회에 그친다면 검증이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검색만 해도 확인 가능한 과거 보도와 사회적 물의 여부를 걸러내지 못했다면 부실 검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추천 과정도 의문입니다. 과기부는 A씨 공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 등 저서를 통해 AI 기술에 대한 통찰과 정책 방향 제시에 기여했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하정우 전 AI 수석과 해당 책을 냈고, 김동연 경기지사가 이 책을 공개 추천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다 최근 국회에 입성한 임문영 의원과도 가까운 관계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 안팎, 정치권의 추천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왔지만, 과기부는 "추천인 정보는 비공개"란 입장입니다.
최근 정부가 6000억원을 들여 국가 난제를 해결하겠다는 'K-문샷'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12개 난제 중 하나에 도전할 총괄책임자(PD)로 선정됐던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는 이력 및 자격 논란 끝에 지난 11일 사의를 밝혔습니다. 과기부는 당시에도 "서류상 문제는 없었다"고 해명했고, 이 대표가 물러나자 뒤늦게 "구조적으로 PD 모집에 제약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처음부터 경력과 실력이 충분히 검증됐는지는 물음표입니다.
결국 두 사안의 공통점은 과기정통부 검증이 '서류 확인' 수준에 머물렀다는 데 있습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AI와 과학기술로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하기 전에 적임자를 발굴하고 검증하는 일부터 점검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선 정부 상훈도, 국가 단위 프로젝트도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