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소비 지출이 가장 많은 상위 10%가 초래하는 환경 피해가 연간 최대 5조7000억달러(약 86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세계에서 소비 지출이 가장 많은 상위 10%가 초래하는 환경 피해액이 연간 최대 5조7000억달러(약 8600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라이덴대와 영국 옥스퍼드대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19일 네이처 자매지 '커뮤니케이션스 서스테이너빌리티'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68개국의 가계 소비 자료를 토대로 전 세계 소비액 상위 10%에 해당하는 집단의 환경 부담을 추산했다. 이들이 구매한 상품의 생산·운송·사용과 항공여행 등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 배출, 생물다양성 감소, 질소·인 오염, 물 사용에 따른 피해를 돈으로 환산했다.

분석 결과, 세계 소비 상위 10%가 유발하는 환경 피해는 2017년 달러 가치로 1인당 연간 2300~7500달러, 집단 전체로는 연간 1조7000억~5조7000억달러로 추산됐다.

최저 추정액인 1조7000억달러도 국제사회가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로 마련해야 할 재원을 합친 것과 맞먹었다. 논문은 2035년 기후 대응에 필요한 연간 재원을 9930억달러, 2030년까지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는 데 부족한 재원을 6750억달러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세계 전체와 함께 미국·독일·중국·브라질·인도·이집트 등 6개국의 소비 상위 10%도 별도로 분석했다. 미국 상위 10%의 1인당 환경 피해액은 연간 1만9000~6만3000달러로 가장 높았다. 반면 인도 상위 10%는 1인당 410~1400달러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국가별 소비 규모의 격차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소비 상위 10% 가운데 60% 이상은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살고 있으며, 인도 거주자는 약 2%였다.

전체 환경 피해액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상품 생산 등을 위해 숲과 생태계가 훼손되면서 발생한 생물다양성 감소로, 47~56%를 차지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 피해는 36~45%, 비료 사용 등으로 발생한 질소 오염은 6~8%였다. 물 사용과 인 오염에 따른 피해는 각각 2% 미만이었다.

이번 연구는 식품·의류·교통·여행 등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하면서 발생한 환경 피해만 계산했다. 상위 10%가 보유한 주식·펀드 등의 자금이 기업 활동에 투입돼 간접적으로 발생한 탄소 배출은 포함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투자에 따른 배출까지 반영하면 이들의 환경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고소비층을 겨냥한 환경 정책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고소득국에서 생필품보다 항공 여행과 대형차 등 환경 부담이 큰 소비에 더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면서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에 계산한 피해액이 실제로 부과해야 할 세금 액수를 뜻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세와 함께 규제와 공공 투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