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의 CAR-T 치료를 받고 신장 이식에 성공한 임상 참여 환자 2명 중 1명이 병상에 앉아 있다. /펜메디슨 제공

혈액암 치료에 쓰이던 CAR-T(카티) 치료가 면역 거부 반응 때문에 신장 이식을 받기 어려웠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었다. 다른 사람의 장기를 공격하는 항체가 몸속에 매우 많았던 환자 3명이 CAR-T 치료로 항체를 줄인 뒤 신장 이식에 성공했다.

CAR-T는 환자의 혈액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꺼낸 뒤 특정 세포를 찾아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해 다시 몸에 넣는 치료법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백혈병과 림프종, 다발 골수종 등 혈액암 세포를 제거하는 데 사용됐지만, 이번에는 이식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를 만드는 면역세포를 표적으로 삼았다.

독일 샤리테 의대 연구진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각각 환자 1명과 2명의 치료 결과를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최근 발표했다. 두 연구는 별도로 진행됐다.

이번 연구는 임신이나 수혈 등을 거치면서 다른 사람의 세포를 이물질로 인식하는 항체가 몸속에 많이 생긴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이런 환자는 기증받은 신장에 면역 반응이 강하게 일어날 수 있어 이식에 적합한 장기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연주

독일 연구진은 적합한 기증 신장을 찾기 어려웠던 30대 여성에게 CAR-T 치료를 했다. 항체 수치가 낮아졌고, CAR-T 투여 약 5개월 뒤 환자는 신장을 이식받았다. 연구진은 이식 이후에 뚜렷한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연구진은 두 종류의 CAR-T를 함께 사용해 한 종류로 B세포를 제거하고, 다른 종류로는 항체를 직접 분비하는 형질세포까지 줄였다. 항체를 만드는 두 종류의 세포를 동시에 제거해 면역 체계를 사실상 '재설정'하려 한 것이다.

임상에 참여한 신장 질환 환자 2명은 기증 신장 1000개 중에서도 이식 가능한 장기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항체가 많았다. 그러나 CAR-T 치료 후 두 사람 모두 신장 이식에 성공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소수 환자에게서 나온 사례라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향후 CAR-T 투여량을 높이고 환자를 추가로 모집해 안전성과 효과의 지속성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