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늘어나는 가운데, 반도체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카이스트는 김성진 기계공학과 교수와 이익진 AX학과 교수 연구진이 반도체 칩 내부에 머리카락보다 가는 미세한 물길을 만들어 열을 직접 빼내는 액체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전환 및 관리(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에 지난 15일(현지 시각) 게재됐다.
연구진은 기존 매니폴드 마이크로채널 냉각 기술을 개선해 냉각수가 칩 내부 여러 통로에 고르게 흐르도록 설계했다. 마이크로채널은 칩 안에 만든 아주 가는 물길이고, 매니폴드는 냉각수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보내고 다시 모으는 구조다. 냉각수를 한쪽에서 길게 흘려보내는 대신 여러 지점에 나누어 공급하면 이동 거리가 짧아져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도 줄어든다.
기존 기술은 냉각수가 일부 통로에 몰리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계산 모델과 정밀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냉각수가 전체 채널에 균일하게 흐르는 구조를 찾았고, 이를 실제 실리콘 웨이퍼에 제작해 성능을 확인했다.
실험 결과 냉각 효율을 나타내는 성능계수(COP)는 10만6000을 기록했다. COP는 투입한 에너지에 비해 얼마나 많은 열을 제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0만6000은 냉각에 사용하는 에너지 1만큼으로 10만6000배에 해당하는 열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 수치가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보고된 기존 최고 수준보다 10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액체가 끓는 현상을 이용하는 복잡한 방식이나 나노 표면 처리, 다이아몬드 같은 고가 소재 없이 상온의 물만으로 구현됐다.
연구 결과는 5㎜×5㎜ 크기의 실험용 칩에서 검증됐다. 연구진은 같은 원리를 그래픽처리장치(GPU)·텐서처리장치(TPU) 등 대형 AI 반도체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콜드 플레이트에 적용해 기존보다 30% 이상 향상된 냉각 성능을 확인했다.
김성진 교수는 "AI 시대에는 반도체 성능뿐 아니라 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어하느냐도 중요하다"며 "이번 기술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를 줄이는 데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2026), DOI: https://doi.org/10.1016/j.enconman.2026.121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