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같은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가 남성 생식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챗GPT

위고비 같은 GLP-1(혈당·식욕 조절 장 호르몬)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가 남성 생식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치료제를 맞은 남성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오르고, 정자의 질도 좋아졌다는 것이다.

영국 워릭 의대와 코번트리·워릭셔 대학병원 연구진은 15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내분비학회 연례 학술 대회(ENDO 2026)에서 GLP-1 계열 약물이 남성 생식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존에 발표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가운데 GLP-1 비만 치료제를 투여받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한 연구 5건을 추려 분석했다.

비만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16주 뒤 비만 치료제를 투여한 집단과 테스토스테론을 외부에서 보충한 집단 모두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올랐다. 남성호르몬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증상을 가진 남성 25명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도 24주 뒤 두 집단 모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증가했다.

차이는 정자에서 나타났다. 비만약을 투여받은 집단에서는 정상적인 모양과 크기를 가진 정자의 비율이 2%에서 4%로 2%포인트 늘었다. 반면 테스토스테론을 외부에서 보충한 집단에서는 정자 수와 질이 떨어졌다. 테스토스테론을 인위적으로 보충하면 몸이 스스로 정자를 만드는 기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3건은 건강한 남성이 짧은 기간 비만약을 투여받은 연구였다. 이들 연구에서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비만이 있거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남성에서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봤다.

이번 결과는 비만과 남성 생식 기능의 관계와도 맞물린다. 비만은 정자 생성에 필수적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대표적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세포에는 테스토스테론을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라디올로 바꾸는 효소가 많다. 비만으로 인한 대사 이상과 만성 염증도 테스토스테론 생산을 방해한다. 비만을 치료하면서 자연스럽게 생식 기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진은 지난달 미국비뇨기과학회에서 남성 16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비만 치료제를 사용한 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약 3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임상시험은 5건에 그쳤고, 연구 대상과 약물, 투여 기간도 제각각이었다. 비만 치료제가 남성 생식 기능을 높이는 직접적 효과가 있다기보다는 체중 감량과 대사 건강 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진도 "비만과 낮은 테스토스테론 증상을 가진 남성에게 곧바로 테스토스테론 보충 요법을 쓰기보다 전체 대사 건강을 함께 봐야 한다"고 했다. 비만 치료를 통해 체중과 대사 건강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남성 호르몬 수치와 생식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