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장과 입속 미생물이 활발하게 전달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함께 사는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 균주의 약 19%, 구강 미생물 균주의 약 26%를 공유했고, 특히 연인은 구강 미생물 공유율이 44%에 달했다.
이탈리아 트렌토대와 볼로냐대 등 공동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15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셀 프레스 블루'에 발표했다. 사람의 장과 입속에는 수천 종의 세균과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모여 생태계를 이룬다. 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와 면역, 신진대사에 관여하며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암 등 여러 질병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탈리아와 피지의 207가구 430명에게서 구강과 대변 시료를 받아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분석했다. 단순히 같은 종의 세균이 존재하는지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같은 종 안에서도 유전적으로 거의 동일한 '균주'가 있는지 확인했다. 같은 균주가 두 사람에게서 발견되면 미생물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한집에 사는 사람들은 장내 미생물 균주의 약 19%, 구강 미생물 균주의 약 26%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지역에 살더라도 집이 다르면 장내 미생물 공유율은 훨씬 낮았고, 구강 미생물은 같은 균주가 전혀 겹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연인들은 구강 미생물 균주의 약 44%를 공유해 장내 미생물 공유율 19.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연구팀은 입맞춤과 같은 직접적인 침 접촉이 구강 미생물 교환을 늘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사람 사이에서 잘 전달되는 미생물이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살폈다. 분석 결과, 사람 사이에 잘 옮겨가는 장내 미생물 가운데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종류가 적지 않았다. 구강에서 전파력이 높은 미생물 가운데에는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도 여러 종 있었다.
다만 특정 미생물이 사람 사이에서 옮겨가 당뇨병을 일으킨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미생물의 전파력과 질병 관련성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했을 뿐 인과관계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연구팀은 "누구와 한집에 사는지가 우리의 마이크로바이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건강에도 잠재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