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맞게 되는 노화를 늦추는 이른바 '항노화' '롱제비티(longevity·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챗GPT 생성 이미지

미국 바이오 기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9일(현지 시각) 세포를 젊게 되돌리는 이른바 '노화 역전(age reversal)' 기술을 사람에게 처음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임상 연구팀은 이날 녹내장 환자 1명에게 해당 유전자 치료제를 처음 투여했다. 녹내장은 눈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력이 약해지는 병이다. 시신경 세포는 한번 손상되면 거의 재생되지 않는다.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 측은 이번 유전자 치료를 통해 시신경을 다시 자라게 해서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늙은 세포를 젊게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맞게 되는 노화를 늦추는 이른바 '항노화' '롱제비티(longevity·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인체 임상 시작…확대되는 '롱제비티' 시장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가 이번에 임상을 시작한 후보 물질 'ER-100'은 AAV(아데노연관바이러스) 기반의 유전자 치료제다. 바이러스를 운반체로 활용해 시신경 세포에 3개의 유전자를 전달, 노화된 세포가 다시 젊은 세포처럼 기능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기술은 2020년 발표된 동물 실험에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 하버드 의대 유전학자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팀은 망가진 생쥐의 시신경을 유전자 치료로 재생하는 연구를 진행,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나이 많은 생쥐와 녹내장에 걸린 생쥐의 시력을 일부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는 설치류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해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했고, 지난 9일 전 세계 처음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항노화 유전자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다른 글로벌 제약사들도 노화 연구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 일라이릴리는 지난 3월 AI 신약 개발 기업 인실리코메디슨과 최대 27억5000만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인실리코가 AI로 발굴한 전임상 단계 후보 물질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고, 노화를 일으키는 생물학적 경로를 바꾸는 신약 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노화·재생 의학' 사업부를 운영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24년 미국 바이오 기업 바이오에이지와 최대 5억5000만달러(약 8400억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바이오에이지가 보유한 수십 년 치 인간 노화 데이터와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노화 관련 질환의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는 것이 목표다. 올해 전 세계 항노화 기업에 쏠리는 투자액은 90억달러(약 13조원)로 전망된다. 2023년 26억달러(약 4조원) 수준에서 3년 만에 3.5배로 늘었다.

◇K바이오도 뛴다

국내 기업들도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의 비만 치료제를 바탕으로 항암, 치매 치료, 항노화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국형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임상 3상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체중은 감량하면서도 근육량은 유지하는 3중 작용제다. 고령층의 신체 기능을 유지하면서 비만으로 인한 각종 질환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하반기 시장 출시 계획이다.

아벤티는 근감소증을 노화와 밀접한 노인성 질환으로 보고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웅제약 계열사 한올바이오파마는 미국 바이오 기업 턴바이오로부터 세포 리프로그래밍 플랫폼을 도입, 역노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