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K-문샷 추진단 출범식'에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총괄 관리자(PD) 12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부가 6000억원 국비를 들여 국가 난제를 풀겠다며 띄운 'K-문샷' 프로젝트가 출발부터 흔들리고 있습니다. 12개 난제 중 'AI(인공지능) 과학자' 분야를 맡았던 총괄 책임자(PD)가 검증 논란 끝에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정부는 그동안 PD가 연구자를 모으고, 과제 방향을 잡고, 성과 활용까지 설계하는 미션의 핵심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문제가 된 인사는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입니다. 16세에 서울대 시스템면역의학연구소에서 근무했고, 이후 서울대 의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젊은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의문도 따랐습니다. 별다른 공개 이력 없이 어떻게 연구소에서 일하게 됐는지, 6개월 남짓한 근무 기간에 어떤 연구 역량을 쌓았는지, 대학원 진학 과정에서는 어떤 평가를 거쳤는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류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핵심은 이력의 진위만이 아니라 경력과 실력이 충분한가였습니다. 파격 인사를 택했다면 설명과 검증도 그만큼 치밀했어야 합니다. 쟁쟁한 전문가들과 경쟁해 뽑힌 인사라면, 왜 이 사람이 적임자인지 정부가 납득시켰어야 합니다.

이민형 아스테로모프 대표./아스테로모프

실제로 학계와 벤처 투자 업계에서는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들끓었습니다. 이 대표가 해당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보여줄 공개 논문이 없다는 점도 논란이 됐습니다.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테크 리포트 한 건을 올린 것이 사실상 전부인데, 그나마도 동료 심사를 거친 논문은 아닙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국가 미션을 맡길 역량을 보여주기엔 크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렇더라도 정부와 이 대표가 실제 역량을 증명했으면 될 일입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어떤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인정했는지, 공개 가능한 범위에서 설명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물러났고, 과기부는 문제를 축소하는 데 급급한 모습입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해당 미션은 다른 미션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다", "새 PD 선정 없이도 임무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왜 12대 국가 난제로 내세웠는지 묻게 됩니다.

가뜩이나 전반적인 PD 권한 범위나 운영 제도가 취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어려운 기술에 도전하다 실패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채 예견된 실패로 간다면 이는 행정 실패입니다. 미국의 첫 달 착륙 미션인 '문샷'에서 가져온 거창한 프로젝트명이 무색해질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