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과학 연구 역량을 평가하는 대표 지표로 꼽히는 '네이처 인덱스' 순위에서 중국이 3년 연속 1위를 지키며 미국과의 차이를 더욱 벌렸다. 미국이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을 틀어막고, 과학기술 분야 교류마저 옥죄는 동안 중국의 과학 연구 실적은 오히려 급증했다. 과학 논문 성과는 앞으로 상용화할 과학기술의 선행 지표라는 점에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무게추가 중국 쪽으로 기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국가별 순위에서 7위로 지난해와 같았지만, 기관별 순위에선 올해도 50위 안에 한 곳도 들지 못했다. 국내 기관 중 가장 높은 순위인 서울대는 지난해보다 6계단 떨어진 58위로 집계됐다.

◇톱 10 연구기관 90% 차지한 중국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발간하는 스프링거 네이처는 10일(현지 시각) 이런 결과를 담은 '2026 네이처 인덱스' 순위를 발표했다. 네이처 인덱스는 세계 주요 학술지와 학술대회에 실린 고품질 연구논문의 국가별·기관별 기여도를 집계한 지표다. 국가별 순위 선두인 중국의 논문 기여도는 5만2735로, 2위 미국(2만6006)의 2배에 달한다. 중국의 1년 새 기여도가 22.4% 늘어나는 동안, 미국의 증가율은 4.2%에 그쳤다.

기관별 순위는 중국의 우세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중국과학원이 1위, 저장대가 2위를 차지했고, 미국 하버드대가 3위로 작년보다 한 계단 내려갔다. 4~10위는 모두 중국 연구기관과 대학이다. 상위 10곳 중 9곳을 중국이 휩쓸었다.

과학계에서는 미국의 압박이 중국 연구 생태계의 자립을 재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최근 수년간 첨단 반도체와 AI(인공지능) 가속기, 양자 기술 관련 장비와 기술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왔다. 일각에서는 '궁지에 몰린 쥐(Cornered Rat)'처럼 외부 압박이 오히려 중국 정부와 대학·연구기관의 결속을 키우고 연구 생태계 구축을 앞당기는 역설적 결과로 나타났다고 평가한다.

올해 가장 상징적 변화는 하버드대가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의 모교인 중국 저장대에 대학 순위 선두를 내준 것이다. 네이처 인덱스 평가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작년까지 정상을 10년간 지켜온 하버드는 처음으로 2위로 밀려났다. 저장대는 중국 과학기술 생태계의 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수년째 세계 우수 인재를 빨아들이는 '인재 블랙홀' 전략을 구사해왔다. 영주권 특례, 높은 연봉과 연구비, 정년 없는 교수직을 내세우며 노벨상, 필즈상 수상자 등 해외 석학들을 영입했다. 반면 미국 행정부가 하버드대와 법정 공방을 벌이고, 연구비를 압박·삭감하는 여파 등으로 미국 대학 순위는 하락했다. 스탠퍼드대는 13위에서 14위로, MIT(매사추세츠공대)는 18위에서 21위로 내려앉았다.

◇응용과학 3위 한국, 자연과학은 8위

국가별 순위 7위를 유지한 한국의 분야별 성적은 새로 도입된 응용과학 분야에서 3위에 올랐다. 반도체·배터리·첨단 소재처럼 산업 기술과 가까운 연구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기초과학 성격이 강한 자연과학 분야 순위는 8위에 그쳤다.

기관별 순위에서도 서울대는 작년 52위에서 올해 58위로 6계단 후퇴했다. KAIST는 82위에서 80위로 소폭 올랐다. 과학기술계에서는 AI 반도체, 차세대 배터리, 양자 기술,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전략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응용과학의 강점을 기초과학 역량 강화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