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도 인공지능(AI)을 둘러싼 '포모(FOMO·소외 공포)'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마냥 신뢰하긴 어렵지만, 남들이 다 쓰는 상황에서 혼자만 안 쓰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놓였다는 것이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전 세계 75국 연구자 1907명을 대상으로 AI 활용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9일(현지 시각) 공개했다. 응답자 48%는 AI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30%, 중립은 22%였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AI 도구를 데이터나 과학 문헌 분석에 쓰는 것에 대해 응답자 63%가 "이익보다 위험성이 크다"고 답했다.
그런데도 응답자 60% 가까이는 "AI 도구를 쓰지 않으면 뒤처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3명 중 2명은 AI를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AI를 매일 쓴다는 연구자가 25%, 매주 쓴다는 응답도 26%에 달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쓴다는 응답은 15%였고, 전혀 쓰지 않는다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한 연구자는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LLM 같은 도구를 쓰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며 "다만 AI가 일을 빠르게 해줄 뿐, 결과물의 질이 더 낫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과학자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AI가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지어내는 '환각(할루시네이션)' 문제다.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인용하거나, 연구 결과를 원 논문과 다르게 해석해 제시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챗GPT 같은 범용 AI보다 특정 과학 문제를 풀도록 설계된 전문 AI 모델에 더 우호적이었다. AI가 연구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응답은 23%에 그쳤고, 응답자 절반 가까이는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비영어권 연구자의 영문 교정이나 인터뷰 녹취록 작성처럼 AI가 분명한 도움을 주는 영역도 있다.
이번 설문이 과학계가 AI를 바라보는 복잡한 속내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과학계의 고민은 AI를 쓸지 말지를 넘어, 어떤 작업까지 AI에 맡기고 어디서부터 사람이 검증할지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