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로 손상된 사람 폐를 이식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소생시키는 실험이 성공했다.

중국 연구진이 유전자 조작 돼지의 간과 신장 두 개를 뇌사자에게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을 세계 처음으로 시행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 장기가 사람에게 이식된 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돼지의 여러 장기가 한 사람에게 동시에 이식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돼지 장기가 사람 몸에서 동시에 기능할 가능성을 보인 사례로, 만성적인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뇌사자에게 돼지 간과 신장 동시 이식

중국 광시의과대학 제2부속병원 의료진은 "53세 남성 뇌사자에게 유전자 조작 돼지의 신장 두 개와 간 전체를 이식했고, 이식된 장기가 5일 가까이 기능을 유지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메드'(Med)에 발표됐다.

돼지 장기를 이식받은 53세 남성은 심각한 만성 신장 질환과 뇌출혈을 앓은 뒤 뇌사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수술은 가족 동의를 받아 진행됐다.

의료진은 이번 수술을 위해 돼지 장기의 유전자 6개를 편집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돼지 유전자 3개를 제거하고, 인간 유전자 3개를 추가했다. 돼지 장기가 사람 몸속에서 면역 거부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다.

이식된 돼지 신장과 간은 환자 몸에서 5일 가까이 기능을 유지했다. 첫 24시간 동안 급성 거부 반응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돼지 간은 이식 19시간 뒤 담즙과 단백질을 만들기 시작했고, 신장 이식 뒤에는 혈중 크레아티닌과 요소 수치가 정상 범위로 떨어졌다고 의료진은 밝혔다. 크레아티닌과 요소는 신장이 노폐물을 제대로 걸러내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다만 36시간이 지나면서 거부 반응이 시작됐다. 간 조직 일부가 괴사하고 혈전이 형성되는 부작용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식 전후 혈액과 조직을 분석한 결과, 특정 면역세포가 거부 반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세포의 작용을 조절하면 향후 이종 장기 이식에서 염증과 거부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비슷한 방식의 여러 장기 이식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 장기 이식용으로 키워지는 무균 돼지. 유전자 편집을 거쳐 자란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한다. /조선일보 DB

◇장기 부족 해결할 대안 될까

의료계가 돼지 장기 이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만성적인 기증 장기 부족 문제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는 많지만, 실제 이식 수술을 받는 환자는 일부에 그친다. 미국에서도 장기 이식 대기자는 10만명을 넘고, 이 가운데 약 8만9000명은 신장 이식을 기다리는 신부전 환자로 알려져 있다. 간 이식 대기자는 1만명에 육박한다.

돼지는 사람의 간, 신장, 심장과 크기와 기능이 비교적 비슷해 이종 장기 이식의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임신 기간이 짧고 한꺼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기 때문에 장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원숭이 같은 영장류는 장기 크기가 작고,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워 전염병 전파 위험이 더 크다는 문제가 있다.

돼지 장기 이식 기술은 유전자 가위 기술의 발전과 함께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과거에는 돼지 장기를 사람 몸에 넣자마자 강한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최근에는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돼지 유전자를 제거하고, 사람 몸에서 장기가 더 오래 기능하도록 돕는 인간 유전자를 넣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다만 실제 환자 치료에 널리 쓰이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벽이 적지 않다. 장기가 장기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면역 거부 반응과 혈전 같은 부작용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연구가 이종 장기 이식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도, 실제 임상 적용까지는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