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9년 9월, 태양에서 날아온 거대한 폭풍이 지구를 덮쳤다. 태양폭풍은 태양이 내뿜은 전기 입자와 자기장이 지구 주변 우주 환경을 뒤흔드는 현상이다. '캐링턴 사건'으로 불리는 당시 태양폭풍은 극지방이 아닌 곳에서도 오로라를 밝히고, 전보 시스템을 마비시켰다. 감전, 화재 사고도 났다. 이런 태양폭풍이 오늘날 다시 닥치면 피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위성과 통신망, 전력망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망 피해만 최대 3조4000억달러(약 51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재난을 막기 위해 지구 자기권 앞에 일종의 '우주 에어백'을 펼치자는 구상이 나왔다. 자동차 충돌 직전 에어백이 터져 충격을 줄이듯, 태양폭풍이 지구에 닿기 전 우주 공간에 입자 구름을 만들어 충격을 낮추자는 것이다.
◇태양폭풍 막는 '우주 에어백'
지구에는 두 겹의 방어막이 있다. 하나는 대기, 다른 하나는 자기권이다. 대기는 태양에서 오는 강한 빛과 자외선을 걸러내고, 지표의 열이 한꺼번에 우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붙잡는다. 자기권은 태양에서 날아오는 입자가 지구 대기와 위성, 전력망에 직접 부딪히지 않도록 막아 준다.
이제 인류는 이 방어막들을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나서고 있다. 미국 보스턴대, 미시간대 등 공동 연구팀은 태양폭풍 경보가 나오면 입자 구름을 만드는 방식의 '스톰월(StormWall)' 구상을 국제학술지 '스페이스 웨더'에 최근 발표했다. 강한 태양폭풍은 GPS와 통신을 교란하고, 지상 전력망에 비정상적인 전류를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1989년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강한 태양폭풍의 영향으로 전력망이 마비되며 수백만 명이 정전을 겪었다.
스톰월은 정지궤도 부근 위성들이 리튬·바륨·나트륨 같은 물질을 방출하는 구상이다. 이런 물질이 햇빛을 받으면 전기를 띤 입자 구름으로 바뀌고, 지구 앞쪽에서 태양폭풍의 충격을 흡수해 에너지 유입을 줄인다는 것이다. 연구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약 380t의 물질을 방출하면 태양 폭풍의 영향을 50% 이상 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층권에 뿌리는 '햇빛 반사 입자'
또 다른 방어막 조작 기술은 대기권 상층부인 성층권을 겨냥한다. 지난달 미·이스라엘 스타트업 '스타더스트 솔루션스'는 성층권에 뿌릴 반사 입자의 성분과 실험 자료를 공개했다. 이 회사가 노리는 것은 햇빛을 우주로 되돌려 지구 온도를 낮추는 기술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후 정책과 달리,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 자체를 줄이겠다는 발상이다.
스타더스트가 공개한 입자는 유리처럼 원자 배열이 불규칙한 비정질(非晶質) 실리카와 탄산칼슘을 기반으로 한다. 실리카는 모래와 유리의 주성분이고, 탄산칼슘은 달걀 껍데기와 석회암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회사 측은 1000만t 규모의 반사 입자를 성층권에 뿌리면 지구 평균기온을 섭씨 1.5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세계에 영향, 국제 규범은 공백
지구 환경 시스템 자체를 인위적으로 바꾸려는 두 기술에 대해 공통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는 '효과가 전(全) 지구적이라면, 결정권도 특정 국가나 기업에 맡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스타더스트가 성층권에 뿌리는 입자는 대기 순환을 타고 널리 퍼진다. 어느 한 나라가 이 기술을 사용해도 기온과 강수 변화는 다른 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농업에 의존하는 국가는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7500만달러(약 1140억원) 투자를 유치한 스타더스트는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지구 전체의 기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기업이 특허로 소유하면 사실상 '하늘의 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톰월도 비슷한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연구팀은 일부 투자자가 이 기술을 구독 서비스로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태양 폭풍 방어막은 돈을 낸 국가만 골라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구 환경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기술의 위험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 예상 밖 피해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 합의도 없는 상태다. 지구의 온도 조절 장치와 자기장 방패에 손을 대기 전에, 누가 사용을 결정하고 중단시킬 수 있는지부터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