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년 전 바다를 지배한 거대 해양 파충류가 새로운 종으로 확인돼 '렉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룡 시대 육지의 최고 포식자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였다면, 바다에는 또 다른 렉스인 '틸로사우루스 렉스(Tylosaurus rex)'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과 댈러스 페로트 자연과학박물관 등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을 국제 학술지 '미국자연사박물관 회보'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텍사스와 캔자스 등에서 발견된 화석들을 다시 분석한 결과, 이 화석들이 기존 종보다 몸집이 크고, 이빨 가장자리에 미세한 톱니가 있으며, 턱과 목 근육이 더 발달한 특징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별도의 새로운 종으로 보고, '틸로사우루스의 왕'이라는 뜻의 '틸로사우루스 렉스'로 학명을 붙였다.
틸로사우루스 렉스가 살던 시기는 약 8000만년 전이고, 바다를 지배한 최상위 포식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틸로사우루스 렉스는 도마뱀류에서 진화한 모사사우루스류 해양 파충류다. 몸은 물살을 가르기 좋은 유선형이었고, 네 다리는 지느러미처럼 변했다. 길게 뻗은 주둥이에는 큰 이빨이 줄지어 있었고, 강한 꼬리로 몸을 밀어내며 헤엄쳤다. 현생 동물 중에서는 코모도왕도마뱀을 포함한 왕도마뱀류가 가까운 친척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틸로사우루스 렉스가 대형 어류와 다른 해양 파충류를 사냥했을 것으로 본다. 특히 톱니 모양 이빨과 강한 턱·목 근육은 큰 먹이의 살점을 찢는 데 유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포식자가 아니라, 큰 먹이를 물어뜯어 공격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가장 큰 표본의 몸길이는 13.2m에 달했다. 두개골 길이만 1.7m로 보통 성인 키와 비슷하다. 대표적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표본인 '수'의 몸길이는 약 12.3m다. 길이만 놓고 보면 바다의 '렉스'가 육지의 '렉스'보다 더 컸던 셈이다.
다만 두 동물이 같은 시대에 공존한 것은 아니다.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북미 서부 육지를 누빈 시점은 약 6600만 년 전이다. 해양 파충류인 틸로사우루스 렉스보다 1000만 년 이상 뒤의 일이다.
이번 연구는 새 학명을 붙인 데 그치지 않는다. 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기존 화석을 다시 분석해, 백악기 바다의 포식자 계통을 새로 정리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오랫동안 한 종으로 묶여 있던 화석들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진화적 특징을 가진 동물일 수 있다"며 "코모도왕도마뱀보다 몇 배 더 크고 훨씬 사나운 틸로사우루스 렉스가 바다를 누볐다니 놀랍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