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주변을 도는 천리안 위성 1호의 모습을 묘사한 가상 이미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16년 동안 약 16억㎞를 날았다. 지구를 4만 바퀴 돈 것과 비슷하고, 지구에서 토성까지는 갈 수 있는 거리와 맞먹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위성 1호(이하 천리안 1호)' 얘기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8일 오전 1시 32분 천리안 1호의 폐기 기동 및 부품 비활성화 조치를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운영을 모두 마쳤다고 밝혔다.

천리안 1호는 2010년 6월 발사됐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상 약 3만6000㎞ 상공에서 지구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돈다. 지구에서 보면 위성이 한곳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 같은 지역을 계속 관측하거나 통신·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쓰인다.

천리안 1호의 주요 임무는 해외에 의존하던 기상 정보를 독자적으로 확보하는 것이었다. 천리안 1호는 기상 관측 임무를 수행한 9년 동안 56만장의 영상을 촬영해, 태풍과 집중호우 등 재난을 예측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해양 관측 임무에서도 3만여 장의 영상을 촬영해 서·남해 해수 변화와 적조, 해양 오염 감시에 활용됐다

천리안 1호 덕에 한국은 세계 7번째 기상 관측 위성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천리안 1호는 한국 위성 통신 기술의 상업화를 위한 기반을 닦은 주인공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로 정지궤도 위성을 활용한 위성 통신 시험 서비스를 제공했다.

설계 수명보다 더 오래 일한 위성이기도 하다. 천리안 1호는 당초 설계 수명(7년)을 훌쩍 넘어 실제로는 16년 동안이나 임무를 수행했다. 2021년부터 위성이 정지궤도에서 남북으로 조금 벗어나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운용해 연료를 아낀 덕이다.

5800일 넘게 임무를 수행한 천리안 1호는 마지막 절차로 '능동 폐기'까지 해냈다. 수명이 다한 정지궤도 위성을 그대로 두면 다른 위성과 충돌하거나 주파수 간섭을 일으키는 우주 쓰레기가 될 수 있다. 천리안 1호는 이를 막기 위해 마지막 비행에서 원래 고도보다 약 300㎞ 더 높은 '무덤 궤도'로 이동했다. 항우연은 엔진을 6번 가동해 위성 고도를 높였고, 남은 연료를 모두 비운 뒤 최종적으로 전원을 차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