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밍크고래(Balaenoptera acutorostrata). 한국 근해에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수염고래이다. 국제 연구진이 인도양에서 밍크고래와 부리고래의 사체가 모여있는 최대, 최고 규모의 고래 무덤을 발견했다./미국 고래학회

인도양 7000m 깊이 심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고래 무덤이 발견됐다. 지금까지 나온 고래 무덤 중 가장 깊고 넓은 곳으로도 확인됐다. 최근에 죽은 고래 사체뿐 아니라 멸종한 500만년 전 고래의 화석까지 나왔다. 인간으로 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현대인까지 모두 아우르는 초대형 공동묘지가 확인된 셈이다.

중국과학원 심해과학공학연구소(IDSSE) 연구진은 "디아만티나 단층대의 수심 4616~7001m 구간에서 오늘날 고래의 사체가 있는 5곳과 멸종한 고래의 화석이 있는 476곳을 찾았다"고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는 이탈리아 피사대와 뉴질랜드 지구과학연구소 연구진도 참여했다.

과학계는 고래 사체 군락이 장기적으로 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를 심해에 격리할 뿐 아니라 다른 생물에 영양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심해 생태계의 진화와 분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해 생태계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알려줄 해양과학의 보고(寶庫)가 발견된 것이다.

중국의 탄쑤어이하오(探索一号) 해양연구선이 유인 잠수정 펜두저(奋斗者)를 내리는 모습(위). 펜두저는 3인승 잠수정으로 수심 1만m 이상 잠수할 수 있다(아래). 국제 연구진은 2023년 펜두저로 인도양 수심 7000m 심해에서 고래 무덤을 찾았다./뉴질랜드 대기수산 연구소 (NIWA)

◇1200㎞ 가로지르는 초대형 공동묘지

국제 공동 연구진은 2023년 중국의 탄쑤어이하오(探索一号) 해양연구선을 타고 인도양으로 가서 디아만티나 단층대의 해구와 해령 일대를 32회 탐사했다. 해령은 해저 산맥이고, 해구는 수심 6000m 이상의 골짜기다. 이 지대는 6000만~5000만 년 전, 호주 대륙과 남극 대륙이 서로 멀어지면서 형성됐다. 고래 무덤을 찾은 것은 유인 잠수정 펜두저(奋斗者)였다. 중국이 독자 개발한 이 3인승 잠수정은 1만m 이상 잠수할 수 있다.

고래 사체가 해변에 밀려왔다는 뉴스가 종종 나오지만 고래는 죽으면 해저로 가라앉는다. 바로 '고래 낙하(whale falls)' 현상이다. 고래 낙하로 만들어진 뼈 무덤은 드물지 않게 발견되지만, 대부분 수심 4㎞ 미만에서 나왔다. 이번 무덤들은 수심 7㎞ 이상에 이르며, 해저를 가로질러 1200㎞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 가장 깊고 넓은 고래 무덤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당 고래가 최대 759.5마리에 달했다고 밝혔다. 디아만티나 지대 전체로 따지면 1000만마리 이상의 고래 사체가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고래 무덤이 엄청난 탄소 격리지라는 의미다. 이번에 주로 발견된 부리고래의 평균 체중을 2t, 지질 함량을 25%로 가정할 경우, 약 670만t의 탄소가 심해에 격리된 것과 같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해양 탄소 격리는 주로 바다 표면 가까이 사는 해양생물의 파편이 서서히 심해로 떨어지는 식으로 아뤄진다. 이는 가루가 떨어지는 모습이 마치 눈이 내리는 듯하다고 '해양 눈(marine snow)'이라고 불린다. 연구진은 이번에 찾은 고래 무덤은 이런 해양 눈이 약 4700년 동안 지속했을 때의 탄소 유입량과 맞먹는 규모라고 밝혔다.

중국의 유인 잠수정 펜두저(奋斗者)가 로봇팔로 인도양 심해에서 화석이 된 고래 뼈를 채집하는 모습. 고래 무덤에는 다양한 심해 생물이 살고 있다./중국 심해과학공학연구소(IDSSE)

◇멸종한 500만년 전 고래 화석도 발견

연구진이 발견한 가장 큰 고래 사체는 길이 5m에 달하는 남극밍크고래의 골격이었다. 수심 5610m에서 나왔다. 부리고래 척추 3개는 6789m에서 발견됐다. 오늘날 고래의 사체가 발견된 곳으로는 최대 수심을 기록했다.

고래 사체들은 심해 생태계를 먹여 살리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번에 고래 뼈에서만 발견된 거미불가사리 3종을 확인했다. 극피동물인 자일로플락스(Xyloplax)는 심해에 가라앉은 나무에 기대 사는 동물로 알려졌는데 이번에 고래 무덤에서 발견됐다. 고래 뼈가 나무 역할을 한 셈이다.

그동안 심해 생물은 주로 심해의 온천인 열수(熱水) 분출구 주변에서 발견됐다. 고래 무덤에서는 열수 분출구에 있는 관벌레와 오세닥스(Osedax) 같은 환형동물과 갑각류, 연체동물들이 나왔다. 오세닥스는 해양 동물의 뼈를 먹고 사는 갯지렁이로, 좀비 벌레나 뼈 먹는 벌레로 불린다.

연구진은 고래 사체가 열수 분출구처럼 심해 생물 군집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밝혔다.영국 사우샘프턴대의 존 코플리(Jon Copley) 교수는 "열수 분출구에서 번성하는 생물들이 고래 사체를 먹이로 삼는다"며 "고래 사체가 심해 생물들에게 섬과 같은 서식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인도양 디아만티나 단층지대에서 채집된 멸종 고래의 두개골 화석./중국 심해과학공학연구소(IDSSE)

특히 연구진은 53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프테로세투스 벵겔래(Pterocetus benguelae)'라는 멸종한 부리고래의 두개골도 찾았다. 또 프테로세투스 디아만티내(Pterocetus diamantinae)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멸종 부리고래 종도 찾았다.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 측정 결과 화석들은 최소 530만 년 전의 것이었다. 인간으로 치면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활동하던 시기이다.

어떻게 부리고래의 두개골 화석이 500만 년 이상 바닷물에 노출됐음에도 보존될 수 있었을까. 미국 캘버트 해양박물관의 스티븐 고드프리(Stephen Godfrey) 박사는 이날 네이처에 실린 논평 논문에서 고래 뼈가 완전히 분해되지 않게 해준 두 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하나는 원래 고래 뼈가 매우 조밀해 분해가 잘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광물 코팅도 한몫했다. 고드프리 박사는 바닷물에 있는 철망간 산화물이 뼈에 달라붙어 녹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546-z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d41586-026-01581-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