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 에이나르스루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 교수가 2026년 카블리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카블리 재단

'제2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국제 과학상 카블리상의 2026년 수상자가 발표됐다. 노르웨이 과학문학아카데미는 10일 천체물리학, 나노과학, 신경과학 등 3개 분야에서 9개국 과학자 10명을 올해 카블리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나노과학상은 에바 안드레이 미국 럿거스대 교수, 파블로 하리요-에레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 앨런 맥도널드 미국 텍사스대 오스틴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원자 한 층 두께의 물질을 겹친 뒤 특정 각도로 비틀어 전기적 성질을 바꾸는 '트위스트로닉스' 분야를 연 공로를 인정받았다.

트위스트로닉스의 대표 사례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배열된 2차원 물질이다. 그래핀 두 장을 겹쳐 '마법 각도'로 불리는 1.1도 안팎으로 비틀면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르는 초전도 현상 등 새로운 물성이 나타난다. 물질의 화학 성분을 바꾸지 않고, 층을 쌓고 비트는 방식만으로 성질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카블리상 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전자공학과 광전자공학의 미래 기술을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천체물리학상은 바실리 벨로쿠로프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아미나 헬미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교수, 로드리고 이바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별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분석해 우리 은하가 주변의 작은 은하들을 흡수하며 성장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은하가 고립된 별의 집합이 아니라, 수십억년에 걸친 충돌과 병합의 산물이라는 점을 밝힌 것이다.

신경과학상은 크리스틴 홀트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켈시 마틴 미국 사이먼스재단 연구자, 에린 슈먼 독일 막스플랑크 뇌연구소장, 오스월드 스튜어드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교수에게 돌아갔다. 신경세포가 단백질을 세포체에서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냅스 주변에서도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공로다. 이 발견은 뇌가 경험을 빠르게 처리하고, 학습과 기억을 조절하는 원리를 설명하는 데 기여했다.

카블리상은 노르웨이 출신 사업가 프레드 카블리가 세운 카블리재단과 노르웨이 과학문학아카데미, 노르웨이 교육연구부가 함께 만든 상이다. 2005년 제정돼 2008년 처음 시상했다. 2년에 한 번 수상자를 선정하며 분야별 상금은 100만달러다. 노벨상 상금은 현재 1100만스웨덴크로나로 약 116만달러 수준이다.

카블리상은 천체물리학, 나노과학, 신경과학을 각각 "가장 큰 것, 가장 작은 것, 가장 복잡한 것"을 다루는 과학으로 본다. 노벨상이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전통 과학 분야의 성취를 기린다면, 카블리상은 21세기 첨단 과학의 돌파구를 집중 조명하는 상으로 평가된다. 과학계에서는 카블리상을 '프리 노벨상'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금까지 카블리상 수상자 가운데 10명이 이후 노벨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