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래스카의 데날리 국립공원에서 북극땅다람쥐가 굴에서 얼굴을 내민 모습. 70만 년 전 북극땅다람쥐가 남긴 똥 화석이 당시 생태계를 알려주는 타임캡슐이 됐다./미국 국립공원관리청(NPS)

여름에도 녹지 않는 영구동토층(永久凍土層)에서 70만년 전 생태계를 알려주는 타임캡슐이 발굴됐다. 바로 북극땅다람쥐(학명 Urocitellus parryii)의 똥이다. 생전 다람쥐가 썩은 고기나 식물을 먹고 남긴 배설물이 얼어붙은 채 땅속에 그대로 남았다. 과학자들은 그 안에서 매머드와 들소, 꽃과 나무의 DNA를 찾아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 인류학과의 헨드릭 포이나르(Hendrik Poinar) 교수 연구진은 "캐나다 북서쪽 유콘의 동토층에서 발굴한 북극땅다람쥐의 똥 화석인 분석(糞石)을 통해 최대 70만년 전까지 동식물 생태계를 알아냈다"고 10일 발표했다.

땅다람쥐는 주로 북미 대륙 북서부와 아시아에서 발견된다. 땅속에 굴을 파는 습성 때문에 땅다람쥐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게재됐다.

캐나다 유콘의 영구동토층에서 보존된 고대 북극땅다람쥐의 배설물 덩어리. 똥이 굳어 화석이 된 이 분석에는 고대 동식물의 DNA가 있다./스웨덴 스톡홀름대

◇가장 오래된 털매머드 DNA 검출

분석은 동물의 배설물이 굳어 돌같이 된 화석이다. 생전 먹은 동식물의 DNA가 남아 있어 고대 생태계를 알려주는 타임캡슐 역할을 한다. 영어로 코프로라이트(coprolite)라고 한다. 특히 북극땅다람쥐의 굴은 영구동토층 지하에서 얼어붙은 채 밀폐된 상태로 유지돼 분석 안의 유전물질이 보존된다.

캐나다 연구진은 유콘 중부에서 발굴한 북극땅다람쥐 분석 13점을 분석했다. 땅다람쥐 똥에는 다양한 동식물의 DNA가 들어 있었다. 분석의 연대는 약 70만 년에서 1만 7000년 전으로 추정됐다. 이 시기는 빙하기가 반복됐던 플라이스토세(258만년~1만 2000년 전)에 해당한다. 매머드와 들소, 말 등 대형 동물들이 북미 대륙의 초원을 누비던 시기였다.

예상대로 땅다람쥐 똥에는 털매머드와 스텝 들소, 말, 순록 등 다양한 초원 동물의 DNA가 있었다. 70만년 전 털매머드의 DNA는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었다. 연구진은 표본 바로 위에 있는 화산재 퇴적물을 이용해 가장 오래된 분석의 연대를 측정했다.

놀랍게도 땅다람쥐의 똥에는 천적인 아메리카 치타와 퓨마의 DNA도 있었다. 북극땅다람쥐는 추운 기후에 적응하느라 연중 최대 8개월을 동면 상태로 지낸다. 그러다가 깨어나면 동물이든 식물이든 보이는 대로 먹어 치운다. 심지어 동료 사체도 먹는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의 미켈 페데르센(Mikkel Pedersen) 교수는 이날 네이처에 "다람쥐들이 땅에서 기어 나와 주변에 널려 있는 사체를 먹기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며 "그들은 플라이스토세의 좀비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분석에서 땅다람쥐의 진화 과정을 알려줄 미토콘드리아 DNA도 찾아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은 기관인데, 따로 DNA를 갖고 있다. 난자에서 유래한 미토콘드리아 DNA는 모계로만 유전돼 진화 과정을 추적하는 단서로 쓰인다. 미토콘드리아 DNA에서는 지금 유콘에 사는 북극땅다람쥐와 다른 유전적 계통이 나왔다. 연구진은 북극땅다람쥐가 42만 년 전 여러 갈래로 나뉘어 따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플라이스토세 유콘의 생태계 상상도. 털매머드가 사는 초원 생태계에서 북극땅다람쥐가 썩은 고기를 먹고 식물을 채집하는 모습이다./캐나다 하카이 연구소

◇매머드 사라지며 초원에서 숲으로 전환

땅다람쥐 똥 화석에서는 쑥과 질경이, 버드나무 등 식물 200여 종의 DNA가 나왔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1만 2000년 전에서 현재에 이르는 홀로세에 살았던 토끼의 분석에서 나온 DNA와 비교해 생태계 변화를 추적했다.

해독 결과 땅다람쥐 똥에는 추운 툰드라 초원에 사는 식물의 DNA가 많았고, 토끼 똥에서는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같은 목본 식물의 DNA가 다수였다. 논문 제1 저자인 하카이 연구소의 타일러 머치(Tyler Murchie) 박사는 "분석 화석을 통해 꽃이 피는 풀이 무성했던 대초원 생태계가 숲이 무성한 지형으로 바뀌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홀로세 동안 유콘 지역이 관목과 이끼로 뒤덮인 것은 초원을 관리해 줄 대형 동물군이라는 '생태 공학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매머드나 말, 들소 같은 초식동물은 어린 잎을 뜯어 먹어 버드나무·자작나무 같은 관목이 자라는 것을 막았다. 덕분에 땅이 숲이나 덤불이 아니라 탁 트인 초원 상태로 남았다는 것이다.

또 매머드나 들소 같은 큰 동물이 이동하면 눈과 흙, 이끼층이 눌리고 뒤섞인다. 이 과정에서 풀이 다시 자랄 공간이 생긴다. 이런 대형 초식 동물이 사라지면 이끼와 관목이 땅을 덮고, 풀은 밀려난다. 러시아 과학자들이 매머드를 복원해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에 살게 하면 초원을 되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참고 자료

Nature Communications(2026), DOI: https://doi.org/10.1038/s41467-026-7297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