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미국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 최대 6400만 마리의 모기를 방사하는 실험을 추진하고 있다. 사람을 무는 모기를 늘리려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옮기는 모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방제 실험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구글이 제출한 실험적 모기 방사 허가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지난 5월 밝혔다. 허가가 나면 구글은 2년 동안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에 각각 최대 3200만 마리씩, 총 6400만 마리의 수컷 모기를 방사할 수 있다. EPA는 공공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세균 감염된 수컷 모기 풀어 번식 막는다
이번 계획은 구글의 '디버그(Debug)' 프로젝트의 일부다. 디버그는 질병을 옮기는 모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수컷 모기를 대량 사육한 뒤 야외에 방사하는 프로젝트다. 구글은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자동화 장비, 센서 기술 등을 활용해 모기를 키우고,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만 골라내 방사한다.
브래들리 화이트 구글 이니셔티브 '디버그' 수석 연구원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모기 매개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사람이 40억명이 넘는다"며 "도시화와 매개 모기종의 확산으로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 대상은 남부집모기(Culex quinquefasciatus)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와 세인트루이스 뇌염 등을 옮길 수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가 대표적인 모기 매개 감염병으로 꼽힌다.
구글이 활용하는 핵심 기술은 볼바키아(Wolbachia pipientis)라는 세균이다. 볼바키아는 자연계의 여러 곤충에서 발견되는 공생 세균으로, 수컷의 정자 유전자를 변형시켜 번식을 차단한다. 볼바키아에 감염된 수컷 모기가 감염되지 않은 야생 암컷과 교미하면 수정이 일어나더라도 배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해 알이 부화하지 않는다.
구글은 사람을 물지 않는 수컷을 세균에 감염시킨 뒤 대량으로 방사해 야생 암컷과 교미하게 만들고, 부화할 수 있는 알의 수를 줄여 모기 개체 수를 낮출 계획이다.
◇ 과학자들 "살충제보다 표적성 높아… 감시는 필요"
과학자들은 이번 방식이 기존 살충제 중심 방역보다 환경 부담이 적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살충제는 모기뿐 아니라 다른 곤충까지 영향을 줄 수 있고, 장기간 사용하면 모기가 약제에 저항성을 갖게 되는 문제가 있다.
카르티케얀 찬드라세가란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라이브사이언스에 "볼바키아 기반 전략은 일반적으로 종 특이적이며, 새로운 독성 물질을 환경에 도입하지 않는다"며 "그런 관점에서 현재 이용 가능한 모기 방제 도구 중 환경적으로 비교적 보수적인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에릭 카라가타 미국 플로리다대 교수도 "볼바키아 감염 수컷을 활용해 모기 개체 수를 줄이려는 시도는 2011년쯤부터 여러 지역에서 진행돼 왔다"고 했다.
다만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찬드라세가란 교수는 대규모 생태 개입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정 모기 종이 줄어든 뒤 다른 모기 종이 그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모기를 먹는 포식자 대부분은 여러 수생·육상 곤충을 함께 먹는 일반 포식자로, 남부집모기 감소가 큰 생태계 연쇄 변화를 일으킬 근거는 많지 않다"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개체 수 억제가 이루어진다면, 공중 보건상의 이점이 생태학적 위험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화이트 수석연구원은 디버그에 대한 우려에 "지난 10년 동안 4대 대륙에서 대규모 방제 프로그램을 수행했고, 질병을 옮기는 암컷 모기 개체 수를 90% 이상 줄였다"며 "모든 프로그램은 지역 보건당국과 정부 기관과 협력해 진행하며, 기존 지역 방역 활동을 보완하는 방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