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이어 유럽도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의약품 및 화학물질 개발 과정에서 동물 실험을 줄이거나 없애기 위한 전 세계 각국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미국 이어 유럽도 동물 실험 폐지
지난 1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의약품을 포함한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 로드맵은 산업 및 소비자용 화학물질, 살충제 및 생물 살충제, 의약품, 식품 및 사료 첨가제 등 15개 분야에 걸쳐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유럽연합 소속 각국이 앞으로 동물 실험을 줄이고, 동물 실험 대신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더욱 활용하며, 이를 위해 서로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신약 개발 과정에서도 반복 투여 독성 시험을 줄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동물 실험을 줄여나갈 것을 제안했다.
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3년까지 EU에서 규제 시험에 사용된 동물은 1500만마리가 넘는다.
◇AI·오가노이드 활용 더 커진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로드맵 발표로 전 세계 각국의 동물 실험 줄이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동물 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지난 3월엔 AI 기반 독성 예측 모델과 오가노이드(세포에서 키워낸 미니 장기), 장기칩(인공 칩 위에 세포를 키워 장기 환경을 흉내 낸 것) 등을 활용하는 가이드라인 초안도 공개했다.
미국 의회는 앞서 2022년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신청을 허가하거나 바이오시밀러 허가 신청을 받을 때도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쓰는 것을 허락하는 'FDA 현대화법 2.0'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역시 사람의 장기 기능을 모사하는 장기칩 개발 사업에 수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 글로벌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 과정에 동물실험 대체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모습이다. 스위스 로슈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신약 후보 물질의 세포 독성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초기 스크리닝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상당수 생략할 수 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베이지안 신경망(BNN· Bayesian Neural Network) 기반의 AI 기반을 도입했다. 신약 후보물질의 '약물성 간 손상(DILI)'의 위험도를 이를 통해 예측한다.
존슨앤존슨은 환자의 생체 조직에서 유래한 3차원 '환자 유래 암 오가노이드(PDO)'를 항암제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고, 독일 머크는 오가노이드 대량 생산 및 자동화 기술을 확보해 대규모 항암제 스크리닝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고도 암세포에 어떤 약물이 가장 잘 듣는지 찾아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