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양자, 바이오, 우주 기술 경쟁이 산업을 넘어 안보와 국제질서까지 흔드는 가운데, 정부가 2045년을 겨냥한 장기 과학기술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2045 과학기술 프론티어 전략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제1차 총괄위원회를 개최했다.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한국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고 과학기술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이날 발제를 맡은 정일영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의 분야에서는 한국이 후발주자로 출발해 추격의 방식으로 성장해왔다"며 "특히 2005년 이후 한국의 수출 상위 품목에서 반도체 의존도가 이어져 왔는데, 이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충분히 찾지 못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착화된 수출 구조를 타파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미래 전략이 필요하다"며 "AI와 바이오, 양자, 에너지 등 주요 기술이 변곡점을 맞고 있는 만큼 지금이 미래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2045년 한국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복수의 미래 시나리오를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과학기술 과제와 프런티어 기술, 연구개발 시스템 개선 방향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전략위원회는 총괄위원회와 8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됐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과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공동 총괄위원장을 맡고, 분과는 미래 설계, 초지능·초연결, 생명·의료, 기후·환경·에너지, 미래 모빌리티, 우주·심해, 미래 소재·제조, 혁신 정책 분야로 나뉜다.
이날 자유토론에서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겸 총괄위원은 "역사를 되돌아보면 미래 계획은 성공한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가 훨씬 많다"며 "과거 전략의 실패와 교훈을 함께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에는 과학기술계 전문가뿐 아니라 SF 작가, 방송 PD, 청년 연구자도 참여했다. 총괄위원인 배명훈 SF 작가는 "지금 한국문학에서 SF는 가장 중심부에 있는 주제"라며 "과학기술 변화가 인간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박수빈 연세대 물리학과 석·박사통합과정생 겸 총괄위원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6년을 떠올리면, 당시에는 양자컴퓨터가 지금처럼 큰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며 "모든 기술은 결국 기초과학에서 시작한다. 미래 기술을 준비하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초과학 지원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각 분과위원회 논의를 거쳐 연내 전략 중간안을 공개하고 의견 수렴에 나선다. 최종 전략은 과학기술 60주년을 맞는 2027년 4월 발표할 예정이다.
배경훈 부총리는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거대한 기술 변화의 파도 속에서 나침반 없이 항해할 수는 없다"며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다음 20년을 준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