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만년설에서 얼어붙은 채 보존된 미라에서 고대와 현대 미생물이 같이 발견됐다. 그중 일부는 지금도 증식하고 있어 미라 보존에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온에 적응한 미생물은 산업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탈리아 민간 연구소인 유라크 리서치(Eurac Research) 연구진은 "알프스산맥에서 발굴된 미라 외치(Ötzi)의 유해에서 생전 장에 공생하던 미생물과 함께 사후 주변 환경에서 들어왔거나 보존 과정에서 생긴 미생물을 발견했으며, 그중 일부는 지금도 대사 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미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에 발표했다.

외치는 약 5300년 전 신석기·청동기 시대 전환기에 살았던 사냥꾼이다. 1991년 알프스산맥 등산로의 얼음 속에서 등에 화살촉이 박힌 채 발견됐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접경 지역인 외츠탈 지역에서 발견됐다고 마리에 외치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얼음에서 나왔다고 '아이스맨(iceman·얼음 인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렀다.

아이스맨 외치의 미라는 섭씨 영하 6도와 습도 99% 조건에서 보존되며,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물을 뿌려준다(왼쪽). 오른쪽은 네덜란드의 케니스 형제가 만든 외치 복원상./이탈리아 사우스 티롤 고고학박물관

◇5300년간 아이스맨과 공생한 미생물들

외치가 발굴되자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가 서로 소유권을 주장했다. 나중에 발견 장소가 이탈리아 영토로 확인돼 미라는 현재 이탈리아 사우스 티롤 고고학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외치는 발굴 당시 환경과 같이 섭씨 영하 6도, 습도 99% 조건에서 보존되고 있다.

사우스 티롤에 있는 유라크 리서치의 미라 연구소는 외치 피부의 얼음과 몸 안에서 녹은 물에서 나온 미생물들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장 조직과 위 내용물의 미생물에 대한 2019년 연구 자료도 활용했다. 외치의 미생물은 1991년 발굴 당시 주변 토양과 얼음에서 채집한 시료의 미생물과 비교했다.

연구진은 장 조직과 위 내용물에서 클로스트리디움속(屬)과 같이 산소가 없는 혐기성 환경에서 자라는 미생물 군집의 유전 물질을 확인했다. 이들은 DNA 손상이 뚜렷하고 현대인의 장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 종류라는 점에서 고대인의 장내 미생물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라에서 발효균인 효모 4종도 나왔다. 미라의 피부, 유해 내부에서 녹은 물, 위 내용물에서 나왔다. 효모들은 남극처럼 저온 환경에 적응한 종류였다. 연구진은 "빙하에 살던 효모들이 미라가 된 외치에 들어와 수천 년 동안 공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효모 중 일부는 오랫동안 휴면 상태로 있다가 미라 보존 과정에서 다시 증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라시오지마(Glaciozyma)속 효모는 2010년 이후 개체 수가 증가한 반면 DNA 손상 정도는 감소했다. 프랭크 마이크스너(Frank Maixner) 유라크 리서치 미라연구소장은 "효모들은 수천 년에 걸친 긴 여정 동안 미라와 함께해 왔다"며 "이는 미라가 정적인 유물이 아니라 역동적인 생물학적 시스템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유라크 리서치의 미생물학자인 모하메드 사라한 박사가 외치의 위에서 채취한 효모를 키운 배양접시를 관찰하고 있다./유라크 리서치

◇미라 보존 연구에 새 단서 제공

놀랍게도 효모를 되살린 영양제는 미라 보존에서 곰팡이를 막자고 쓴 물질이었다. 효모 4종 중 3종은 페놀을 분해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페놀은 미라 표면에서 곰팡이를 잡는 항균제로 쓰인다.

미라에서는 오늘날 미생물도 검출됐다. 박물관 측은 미라의 수분 손실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물을 뿌린다. 이번에 확인된 현대 미생물은 습도 조절용 분무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미라 보존 조치가 저온·항균제 내성 효모와 현대 미생물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 셈이다.

이번 연구는 앞으로 미라 보존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다행히 지금까지 미생물이 미라를 손상한 증거는 관찰되지 않았다. 사우스 티롤 고고학박물관의 엘리자베스 발라자(Elisabeth Vallazza) 사우스 관장은 "현재 미라의 보존 상태는 매우 안정적"이라고 했다.

유라크 리서치 연구진은 앞으로 미라에 있는 미생물들이 휴면 상태에서 깨어나 유해 조직을 분해할 수도 있으므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발라자 관장도 "앞으로 더 많은 세대가 미라를 볼 수 있도록 미라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미라 보존뿐 아니라 새로운 연구의 길도 열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미라에서 발견한 저온 내성 미생물은 저온 발효와 같이 에너지 효율적인 산업 공정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5300년 동안 미라로 있던 외치는 당초 흰 피부에 회색 머리카락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왼쪽), 최신 유전자 분석에서 검은 피부에 민머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오른쪽)./독일 막스 플랑크 진회인류학연구소

◇선사 시대를 보여주는 타임캡슐

아이스맨 외치는 그동안 5300년 전 인류가 어떻게 살았고 어디로 이동했는지 알려줬다. 과거를 간직한 일종의 타임캡슐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는 2023년 국제 학술지 '셀 지노믹스'에 외치가 현재 튀르키예에 속하는 아나톨리아의 농경 집단 후손으로 검은 피부에 민머리였다고 발표했다.

현대 유럽인은 유전적으로 세 집단이 섞인 형태이다. 8000년 전 서부 수렵채집인 집단과 아나톨리아의 농경 집단이 섞인 뒤, 4900년 전에는 동유럽의 유목민까지 합쳐졌다. 외치의 유전자를 분석했더니 다른 초기 유럽인보다 아나톨리아 농경 집단의 유전자 비율이 92%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외치의 유전자를 분석했을 때는 동유럽 유목민 집단의 유전자가 나왔는데 이는 오늘날 DNA에 오염된 결과로 밝혀졌다. 또 당시 연구에서는 외치가 밝은 피부와 눈을 가진 털 많은 남성이었다고 추정됐지만, 2023년 분석에서는 외치의 피부와 눈의 색이 예상보다 어둡고 민머리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나왔다.

외치는 선사 시대 인류의 질병이나 식생활 연구에도 도움을 줬다. 외치의 장에서는 빵과 채소, 사슴고기가 나왔다. 5000년 전에도 인류가 다양한 음식을 먹었다는 증거이다. 위에서는 현대인에게 많은 위염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도 발견됐다. 프랭크 마이크스너 미라연구소장은 2016년 사이언스에 이 헬리코박터균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외치의 위에서 검출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오늘날 유럽인에게 흔한 아시아·아프리카 혼합형이 아니라 아시아계에 가까웠다.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5300년 전 유럽에는 아직 현대 유럽형 헬리코박터가 형성되지 않았고, 나중에 아프리카계 헬리코박터균을 지닌 인구가 이주하면서 유럽의 위염균 지형을 바꿨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참고 자료

Mocrobiome(2026), DOI: https://doi.org/10.1186/s40168-026-02417-6

Cell Genomics(2023), DOI: https://doi.org/10.1016/j.xgen.2023.100377

Cell Host & Microbe (2019), DOI: https://doi.org/10.1016/j.chom.2019.08.018

Science(201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ad2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