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의 눈물은 위선을 뜻하는 말이다. 먹잇감이 불쌍하다고 흘리는 게 아니라 혈액 속 과도한 염분을 배출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공룡의 두개골에서 악어나 바닷새처럼 염분을 배출하는 구조가 발견됐다. 공룡도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는 말이다.

이탈리아 오피스(OPHIS) 고생물학박물관파충류센터 연구진은 "9800만년 전 오늘날 모로코 동부에 살았던 공룡인 스피노사우루스(Spinosaurus)가 눈 위쪽에 있는 염류선(salt gland) 덕분에 혈액에 염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는 것을 막았다고 추정된다"고 5월 23일 국제 학술지 '히스토리컬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라틴어로 '등뼈 도마뱀'이란 뜻이다. 이름처럼 등뼈들이 척추에서 수직으로 뻗어 마치 돛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다. 영화 '쥬라기공원3'에서 티라노사우루스를 압도하는 공룡으로 나왔다. 스피노사우루스가 티라노사우루스보다 2500만년 뒤에 나타나 영화의 대결 장면은 허구지만, 몸길이는 14m로 티라노사우루스의 12m를 압도한다.

돛 같은 모양의 등뼈를 가진 공룡 스피노사우루스가 습지에서 물고기를 사냥하는 모습의 상상도./Davide Bonadonna

◇바닷물과 강물 만나는 갯물 지역에 살아

모로코의 스피노사우루스는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갯물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두개골을 CT(컴퓨터 단층 촬영) 사진으로 분석했더니 눈 위쪽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 있었다. 연구진은 이곳에 혈액에서 염분을 걸러내는 염류선과 혈관들이 있다고 추정했다. 고농도 소금물은 염류선 관을 거쳐 콧구멍으로 배출된다.

오늘날 동물도 같은 방식으로 몸 속의 과도한 염분을 배출한다. 조류나 파충류는 두개골 상단이나 눈 주위, 혀 중 하나에 염류선을 갖고 있다. 펭귄과 갈매기는 눈구멍 바로 위에 있다. 바다에 사는 상어와 가오리는 직장에 염류선이 있다.

연구진은 염류선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모로코의 공룡과 마찬가지로 중생대 백악기(1억4500만년~6600만년 전)에 살았던 여러 스피노사우루스 종(種)의 두개골 화석을 비교했다. 예상대로 바닷물이나 갯물처럼 염분이 많은 곳에 살았던 종에서는 염류선이 보이지만, 염분이 낮은 강물에 살았던 종은 염류선이 없었다. 영국 런던 퀸 메리대의 데이비드 혼(David Hone) 교수는 "정말 멋진 연구이며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며 "한정된 화석들에서 이러한 데이터를 도출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스피노사우루스와 조류의 염류선 비교./자료 Historical Biology, 제작 챗GPT

이번 발견은 스피노사우루스를 둘러싼 학계의 논쟁에 다시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학계는 이 육식 공룡을 두고 반으로 나뉘었다. 한쪽은 꼬리를 노처럼 흔들며 헤엄을 친 수중 사냥꾼이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잠수하면 거대한 몸을 가누지 못해 물가에 서서 물고기를 낚아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영국 포츠머스대의 데이비드 마틸(David Martill) 석좌교수는 "염류선의 발견은 스피노사우루스가 수생 또는 반수생 생활을 했다고 보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며 "물에 오래 머문다면 염류선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탈리아 연구진은 그와 다른 설명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논문의 교신 저자인 안드레아 카우(Andrea Cau) 박사는 "스피노사우루스가 왜가리 같은 물새처럼 사냥했어도 염류선이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안선 1000㎞ 떨어진 곳에 살았던 종

스피노사우루스를 둘러싼 논쟁은 한 세기 전부터 시작됐다. 1915년 처음 이 공룡의 화석이 발굴됐다. 당시 과학자들은 악어와 비슷한 턱과 이빨을 가졌다는 점에서 오늘날 회색곰처럼 물가를 걸어 다니며 물고기를 잡아먹었다고 추정했다. 그러다가 21세기 들어 모로코에서 꼬리뼈가 온전히 발굴되면서 잠수를 하는 수생 공룡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스피노사우루스는 꼬리에도 등처럼 뼈들이 수직으로 나 있어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같은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2020년 미국 디트로이트 머시대의 니자르 이브라힘(Nizar Ibrahim) 교수 연구진은 네이처에 스피노사우루스가 긴 꼬리를 이용해 물속에서 장어처럼 움직이면서 사냥을 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에는 네이처에 스피노사우루스가 펭귄처럼 골밀도가 높아 물에 뜨지 않고 잠수하는 데 유리했다고 발표했다.

커다란 볏을 가진 스피노사우루스들이 강에서 실러캔스를 두고 다투는 모습의 상상도가 실린 사이언스 표지./Science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시카고대의 폴 세레노(Paul Sereno) 교수 연구진은 2024년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발표한 논문에서 코끼리 같은 대형 육상 동물도 엄청난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골밀도가 높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스피노사우루스가 왜가리나 황새처럼 두 발로 서서 물고기를 잡았다고 주장했다.

세레노 교수는 지난 2월 사이언스 표지 논문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가 수생 공룡론에 대한 결정타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9500만년 전에 살았던 스피노사우루스 미라빌리스(Spinosaurus mirabilis)를 발굴했다. 놀랍게도 이 화석은 해안선에서 1000㎞나 떨어진 내륙에 있었다. 그동안 스피노사우루스과(科)의 뼈와 이빨이 주로 해안 퇴적층에서 나와 완전한 수생 공룡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카고대 연구진이 턱과 목, 뒷다리의 상대적 길이를 기준으로 동물들을 분류했을 때 미라빌리스는 왜가리 같은 대형 물새 바로 옆에 있었다. 세레노 교수는 "미라빌리스는 튼튼한 다리로 2m 깊이 강을 걸어 다니는 데 전혀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높이가 50㎝나 됐을 커다란 볏도 오늘날 물새처럼 멀리서도 보이게 화려한 색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데 쓴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스피노사우루스에 대한 과학자들의 사랑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참고 자료

Historical Biology(2026), DOI: https://doi.org/10.1080/08912963.2026.2669954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x5486

PLoS ONE(2024), DOI: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298957

Nature(2022),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2-04528-0

Nature(2020),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0-2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