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나 스마트링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없어도 스마트폰 카메라만으로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잠금 해제하면 카메라가 8초짜리 얼굴 영상을 촬영하고, 피부에서 반사되는 빛의 미세한 변화를 분석해 심박수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구글 리서치 연구팀이 1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이 기술은 별도 웨어러블 기기 없이도 일상적인 스마트폰 사용만으로 심장 건강 지표를 장기적으로 추적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기술이 겨냥한 주요 지표는 심혈관 건강과 사망 위험을 보여주는 생체 지표인 '안정 시 심박수(RHR·Resting Heart Rate)'다. 이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려면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가 필요했지만, 아직 보급이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세계 인구의 69%가 보유하고, 1인당 하루 평균 144회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심박수 측정의 새로운 플랫폼으로 주목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카메라로 얼굴 피부에 비친 빛의 변화를 읽는 데 있다. 심장이 뛸 때마다 얼굴의 모세혈관에 흐르는 혈액량이 아주 조금씩 변하고, 이로 인해 피부에서 반사되는 빛도 미세하게 달라진다. 사람 눈으로는 알아보기 어렵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와 AI(인공지능)가 이 변화를 포착해 맥박 신호를 계산해 낸 것이다.
연구팀은 485명에게서 수집한 영상 19만2353개로 이번 측정 모델을 개발하고, 211명의 영상 16만2546개로 성능을 검증했다. 성능 평가 결과, 이번 기술의 심박수 측정 오차율은 실험실 환경에서 5.65%, 일상생활 환경에서 6.09%로 집계됐다.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기준인 10% 미만을 모두 충족했다.
이번 기술은 밝은 피부, 중간 피부, 어두운 피부 그룹 모두에서 심박수 오차율 10% 이하 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이는 유효한 신호가 잡힌 경우의 정확도다. 실제 생활 환경에서 전체 영상 중 유효한 심박 측정값을 얻은 비율은 밝은 피부 58%, 중간 피부 45%, 어두운 피부 25%로 차이가 있었다. 멜라닌 색소가 많을수록 빛이 피부 깊은 곳까지 도달하기 어려워 혈류 신호가 약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이번 연구는 배터리 소모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려하지 않았고, 어두운 조명이나 심한 움직임, 얼굴 가림이 있는 상황에서는 측정이 어려울 수 있다. 얼굴 영상이라는 민감한 정보를 활용하는 만큼 사전 동의, 기기 내 처리, 얼굴 인증 연동 같은 개인정보 보호 방안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