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뉴스1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로켓 고체연료(고체추진제)를 취급하는 공정의 안전관리가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고체연료가 점화되면 제어가 어려운 만큼 점화원 관리와 작업자 노출 최소화가 안전관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1일 오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는 로켓 고체연료가 묻은 배관과 공구 등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 측은 점성이 있는 고체연료를 물과 세제 성분으로 닦아내던 중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고체연료 관련 사고가 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는 로켓 추진체에 고체연료를 충전하던 중 폭발 사고가 나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2019년에는 로켓 추진체에서 고체연료를 빼내는 '이형' 작업 공간에서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이번 사고까지 포함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는 충전, 이형, 세척이라는 서로 다른 공정에서 세 차례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사망자는 모두 13명에 이른다.

◇ "고체추진제, 쉽게 불붙진 않지만 붙으면 계속 타"

로켓 분야에서 말하는 '연료'는 보통 추진제를 가리킨다. 추진제는 로켓을 앞으로 밀어내는 힘을 만드는 물질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로켓은 추진제가 타면서 생긴 뜨거운 가스를 뒤로 내뿜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추진제는 실제로 불에 타는 성분과 연소를 돕는 산화제로 구성된다. 액체추진제 로켓은 이 두 성분을 따로 보관했다가 연소실에서 섞어 태운다. 반면 고체추진제는 두 성분이 처음부터 한 덩어리로 섞여 있다. 제조 단계에서는 점성이 있는 반죽 같은 상태로 주입됐다가 이후 굳어 고체가 된다.

고체추진제 개발 경험이 있는 항공우주공학 연구자 A씨는 "나무나 기름에 난 불은 산소 공급을 막으면 꺼지지만, 고체추진제는 연소에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산화제가 내부에 함께 들어 있다"며 "한번 점화되면 물질 자체가 계속 반응하기 때문에 끄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고체추진제는 점화에 일정 수준 이상의 열에너지가 필요해 작은 충격이나 가벼운 마찰만으로는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며 "작업 현장에서는 정전기 방전이나 금속 도구의 스파크, 강한 충격, 반복 마찰로 생긴 열 등이 점화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제한된 공간에서 고체추진제의 반응이 일어날 경우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A씨는 "열린 공간에서 불이 붙으면 그냥 타고 말 수 있지만, 배관이나 통 안에서 고체추진제가 타면 가스가 발생하면서 내부 압력이 찬다"며 "단순 화재가 아니라 폭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오전 10시 59분쯤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연합뉴스

◇ 해외서도 반복된 추진제 사고… "물질·인원·노출시간 줄여야"

해외에서도 고체추진제와 그 원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1988년 미국 네바다주 헨더슨의 펩콘(PEPCON) 공장에서는 고체추진제의 산화제로 쓰이는 과염소산암모늄 약 4500t이 저장된 상태에서 화재와 폭발이 일어났다.

미국 소방행정청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고로 2명이 숨지고 약 372명이 다쳤으며, 재산 피해는 1억달러(약 1516억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모두 7차례 폭발이 발생했고, 이 중 두 차례의 큰 폭발은 지진계에 각각 규모 3.0과 3.5로 기록됐다. 피해는 반경 1.5마일(약 2.4㎞) 안에서 특히 컸고, 최대 10마일(약 16㎞) 떨어진 곳에서도 건물 피해가 보고됐다.

2003년 브라질 알칸타라 발사장 사고도 고체추진제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당시 발사를 사흘 앞둔 위성발사체 VLS-1 V03을 최종 점검하던 중 1단 고체추진제 부스터 중 하나가 예기치 않게 점화되면서 로켓과 발사대가 폭발·화재로 파괴됐고, 기술자 21명이 숨졌다. 브라질 조사위원회는 1단 부스터의 점화기 내부에서 일어난 정전기 방전을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봤다.

해외 기관들은 이런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작업자의 노출을 줄이는 원칙을 강조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폭발물·추진제 안전표준은 폭발물 작업의 기본 원칙으로 위험구역에 들어가는 인원 수를 최소화하고, 작업에 필요한 폭발물의 양을 최소화하며, 사람이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고체추진제 안전평가 연구에서는 작업자 노출을 줄이는 조치와 함께 위험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는 절차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로베르토 부비코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차대 교수 등은 "위험분석에서는 추진제 연소를 우발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점화원을 식별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생산 전 단계에 맞는 예방·보호 조치를 정해야 한다"고 했다.

참고 자료

Chemical Engineering Transactions(2012), DOI: https://doi.org/10.3303/CET1226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