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보다 싸고 흔한 나트륨으로 만든 배터리가 출력 성능과 생산 품질에서 테슬라 리튬이온 배터리에 견줄 만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너지 밀도와 영하권 충전 성능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지만, 전력망 저장 장치와 단거리 전기차·상용차 시장에서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독일 아헨공대 연구진은 중국 '하이나(HiNa) 배터리'의 상용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분해·분석한 결과를 28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 상용 제품을 이처럼 본격적으로 해부한 연구는 드물다. 연구진은 원통형 10Ah급 셀 120개를 대상으로 전기화학 성능, 내부 구조, 전극 소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나트륨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오가며 전기를 저장한다. 나트륨은 소금의 주요 성분일 정도로 지구상에 고르게 분포하고, 채굴도 비교적 쉬워 리튬보다 원자재 비용이 낮다. 리튬은 매장지가 일부 지역에 편중돼 가격 변동성과 공급망 불안이 큰 반면, 나트륨은 이런 위험이 작다.
하이나 배터리는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가장 넓게 상용화한 기업이다. 2023년 장화이(JAC)자동차와 손잡고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세계 최초로 양산했고, 현재 중국 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납품하고 있다.
연구진이 분석한 원통형 셀은 지름 33.2㎜, 높이 140㎜ 크기다. 정격 용량은 10Ah, 정격 전압은 3.0V, 에너지 밀도는 kg당 110Wh 수준이다. 최고급 리튬이온 배터리보다는 낮지만, 초기 상용 나트륨이온 제품으로는 경쟁력 있는 수치다.
120개 셀 간 품질 편차도 작았다. 연구진은 내부 저항 편차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와 비교해도 산업용으로 쓰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출력 성능도 양호했다. 상온(섭씨 25도)에서 이론적으로 15분 만에 완전 충전·방전할 수 있는 속도로 시험한 결과, 용량은 정격인 10Ah를 웃돌았다.
내부 구조 분석에서는 테슬라의 최신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에도 적용된 것과 유사한 '탭리스' 구조가 확인됐다.
저온 성능은 장단점이 엇갈렸다. 영상 25도에서 완전 충전한 뒤 영하 20도에서 방전할 때는 상온 대비 80% 이상의 에너지가 유지됐지만, 영하 20도에서 충전과 방전을 함께 반복하면 용량 유지율은 56%까지 떨어졌다. 배터리 내부 저항도 영상 25도에서는 5밀리옴(mΩ) 수준이었지만, 영하 20도에서는 496.5밀리옴으로 약 100배 높아졌다. 저온 충전은 취약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이 배터리의 저온 충전 성능이 개선되면 단거리·상용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에서 경쟁력 있는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