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멸종한 대형 조류를 복원할 길이 더 가까워졌다. 멸종 동물 복원에 나선 미국의 바이오 기업이 인공 알에서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멸종한 대형 조류는 알이 워낙 커서 현재 조류에서 대리모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실험실에서 복원할 길이 열렸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연구원이 달걀 모양의 인공 알을 보고 있는 모습과 그 알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 사진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암탉이 갓 낳은 달걀의 내용물을 인공 알에 옮기고 부화기에서 18일간 키워 병아리 26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다만 부화 성공률은 발표하지 않았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하버드 의대의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 교수와 억만장자 기업가인 벤 램(Ben Lamm)이 설립했다. 회사 목표는 쥬라기 공원처럼 멸종한 동물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미 아메리카 대륙에서 1만3000년 전 멸종한 늑대인 다이어 울프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매머드 털 유전자를 생쥐에서 복원해 털북숭이로 만든 성과도 발표했다.
◇멸종 조류 복원의 걸림돌 제거
인공 알은 3D(입체) 프린터로 찍어낸 단단한 외부 껍질과 내부의 투명 실리콘 막으로 구성된다. 내부 막은 실제 알처럼 산소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수분은 가두고 세균은 차단한다. 연구진은 투명 막은 배아 발달 과정을 관찰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인공 알은 1980년대부터 연구됐다. 영국 에든버러대의 로슬린 연구소는 실험실에서 키운 배아를 다른 달걀에 넣어 병아리를 부화시켰다. 달걀 껍데기 대신 플라스틱 컵이나 주방용 랩에서 배아를 키우기도 했다. 문제는 산소였다. 조류 배아는 발생 후기에 산소가 많이 필요한데 껍질이 없이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면 DNA가 손상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인공 알은 대기 중 산소가 통과할 수 있어 일부러 산소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 알은 콜로설이 15세기에 멸종한 뉴질랜드의 모아새를 복원하는 프로젝트에서 핵심 기술이다. 다이어 울프 복원에서는 크기가 비슷한 사냥개가 대리모를 맡았다. 알을 낳는 새는 다르다. 모아는 키가 3.6m나 돼 현재 조류 중에서는 알을 낳을 대리모를 찾을 수 없다. 모아 알은 달걀의 80배나 되며, 현재 조류 중 크기로 1, 2위인 타조, 에뮤의 알보다도 4배, 8배나 크다. 인공 알은 마음대로 크기를 키울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없다고 회사는 밝혔다. 인공 알은 기존 부화기로 키울 수 있어 대리모가 품을 필요도 없다.
카를레스 라루에자-폭스(Carles Lalueza-Fox)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연사박물관장은 "콜로설이 전례가 없는 인공 알 개발에 성공했다"며 "가장 중요한 돌파구는 막의 투과성에 있으며, 이를 통해 가스(산소와 이산화탄소)가 통과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장치를 이용하면 캐롤라이나 앵무 같은 다른 멸종 조류들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캐롤라이나 앵무는 20세기 초 북미에서 멸종한 조류이다.
로슬린 연구소의 메건 데이비(Megan Davey) 박사는 "보도 자료만 나오고 논문이 없어 과학적 검증이 제한적"이라면서도 "콜로설의 인공 알은 조류뿐만 아니라 파충류, 단공류처럼 알을 낳는 다른 멸종 위기 종의 보전에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단공류는 오리너구리처럼 알을 낳는 포유류이다.
◇정자, 난자 전 단계에서 유전자 편집
콜로설은 앞으로 인공 알로 15세기 멸종한 모아와 17세기 인도양 모리셔스 섬에서 멸종한 도도새를 복원할 계획이다. 엄밀히 말해 영화처럼 모아나 도도새의 DNA를 찾아 복제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오늘날 새를 모아나 도도새에 근접하도록 바꾸는 방식이다.
복원은 다음 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모아와 도도새 유골에서 DNA를 채취해 유전 정보를 해독한다. 이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재 새와 비교하고 차이점을 파악한다. 그다음에는 친척뻘인 새의 유전자를 모아나 도도새와 같은 형태로 바꾼다. 바로 유전자 편집이다. 콜로설의 공동 창업자인 처치 교수는 이종(異種)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과학자이다.
다이어 울프를 복원할 때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한 배아에 유전자 편집을 한 다음, 대리모인 개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조류의 유전자 편집은 그와 다르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한스 청(hans cheng) 교수는 "갓 낳은 알이라도 이미 세포 수가 5만개나 되는데, 유전자를 편집하기에 세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콜로설은 정자와 난자로 자랄 줄기세포인 원시생식세포를 모아나 도도새와 같이 바꾸는 방법을 채택했다. 원시생식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하고 에뮤나 타조에 이식하면 모아, 도도새의 정자와 난자가 생긴다. 이들이 수정해 모아, 도도새의 유전자를 가진 알이 생기면 더 커지지 전에 꺼내 인공 알로 옮겨 키우면 된다.
콜로설은 도도새 복원을 위해 유전자가 가장 비슷한 니코바르 비둘기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니코바르 비둘기와 유전자가 비슷한 바위 비둘기의 원시생식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에 인공 알까지 개발돼 멸종 조류 복원의 퍼즐들이 거의 맞춰진 셈이다.
콜로설은 멸종 조류 복원 연구가 오늘날 멸종 위기에 빠진 조류들을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 회사에 따르면 1970년 이후 북미에서만 새 30억마리가 사라졌다. 현재 조류 종(種)의 절반 이상에서 개체 수가 감소해, 8종 중 1종꼴로 멸종 위기에 빠졌다. 이런 새를 인공 알로 키우면 생존율을 높이고 개체 수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 회복이 우선" 반론도
콜로설은 인공 알과 같은 방법을 포유류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공동 설립자인 램은 "매머드를 복원하려고 멸종 위기에 빠진 아시아코끼리에게 체외 수정을 천 번이나 시킬 수 없다"며 "매머드를 수천 마리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인공 자궁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몸길이가 6~9㎝에 불과한 살찐꼬리두나트란 유대류를 인공 자궁 연구의 모델로 삼았다. 임신 기간이 13일로 포유류 중 가장 짧아 인공 자궁의 효과를 알아보기 쉽다. 이미 임신 기간의 상당 부분을 인공 자궁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 자궁은 인간 미숙아를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여성이 임신을 중단하고 싶으면 낙태보다 인공 자궁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러면 생명을 죽이지 않을 수 있지만 여성의 자기 결정권 침해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태아와 신생아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논란도 가능하다. 콜로설은 인간을 포함해 어떤 영장류에도 인공 자궁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3자에게 관련 기술을 넘길 수는 있다고 했다.
인공 알이 멸종 위기에 처한 조류에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 듀크대의 생태학자인 스튜어트 핌(Stuart Pimm) 교수는 "콜로설의 시도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든 아니든 간에 오늘날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가장 시급한 해결책은 서식지 파괴를 줄이고, 건물 충돌 사고를 방지하며, 길고양이에 의한 포식을 막는 데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Colossal Biosciences(2026), https://colossal.com/colossal-biosciences-artificial-egg-dodo-moa/
Colossal Biosciences(2025), https://www.businesswire.com/news/home/20250407444322/en/Colossal-Announces-Worlds-First-De-Extinction-Birth-of-Dire-Wolves
bioRxiv(2025), DOI: https://doi.org/10.1101/2025.03.03.6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