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연구자일수록 기존 학문 흐름을 뒤집는 '파괴적 연구'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반면, 경력이 쌓인 과학자는 기존 이론을 뒤집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지식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연구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카고대 제임스 에번스 교수와 피츠버그대 링페이 우 교수 공동 연구진은 1960년부터 2020년까지 논문 3편 이상을 발표한 전 세계 연구자 1250만명의 논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논문이 얼마나 혁신적인지를 후속 논문의 인용 방식으로 측정했다. 후속 논문들이 특정 논문은 인용하면서도, 그 논문이 참고한 과거 연구는 더 이상 인용하지 않는다면 기존 연구 흐름을 대체한 '파괴적 연구'로 분류했다. 반대로 기존 연구들을 새로운 조합으로 연결한 논문은 '조합형 혁신'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연구자가 첫 논문을 낸 뒤 시간이 지날수록 상위 10%에 드는 파괴적 논문을 쓸 가능성은 전 분야에서 일관되게 낮아졌다. 연구진은 이를 단순한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학문적 나이'의 효과로 해석했다. 연구 경력이 길어질수록 연구자는 학문 활동 초기 접했던 논문과 아이디어의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연구자가 평생 가장 자주 인용한 논문들은 대체로 자신의 첫 논문 발표 약 2년 전에 나온 연구였다.
이 영향은 개인 연구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진이 19만개가 넘는 연구팀을 분석한 결과, 교신저자가 젊을수록 최근 논문을 더 많이 인용했고, 나이가 많을수록 오래된 문헌을 더 많이 인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임 연구자가 무엇을 중요한 연구로 평가하느냐가 연구팀 전체의 인용 경향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연구진은 "나이 든 과학자가 덜 창의적이라는 뜻은 아니다"라며 "창의성의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연구는 학문 공동체 전체를 새 방향으로 밀어붙이는 파괴적 혁신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연구진은 과학 혁신을 높이려면 젊은 연구자가 독립적으로 연구팀을 이끌고 연구비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연구비가 줄어들 때 경력이 적은 연구자가 먼저 타격을 받으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젊은 연구자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기회를 잃으면 과학은 기존 지식을 정리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기울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