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고래밥' '새우깡' 포장지를 보면서 물고기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전 세계 해변을 뒤덮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주범이 과자 봉지 등 식품 포장재와 페트병 같은 식품·음료 관련 플라스틱이라는 대규모 분석 결과가 나왔다. 파도가 모래사장 위로 잔뜩 옮겨다 놓은 플라스틱 쓰레기의 대부분이 사람들이 버린 '먹고 마신 흔적'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해변은 양상이 달랐다. 세계의 해변이 일회용 포장재에 몸살을 앓는 동안, 한국 해변에서는 버려진 어구와 해운 관련 쓰레기가 가장 많이 발견됐다.
영국 플리머스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세계 112개국 해안 쓰레기 조사 5300여 건을 종합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원 어스(One Earth)'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2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해안 쓰레기 연구를 모아 국가별·지역별로 많이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 유형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개별 품목으로는 식품 포장재가 가장 두드러졌다. 식품 포장재는 112국 중 53국에서 상위 3개 플라스틱 쓰레기 품목에 들어갔다. 플라스틱병은 51국, 병뚜껑과 각종 뚜껑류는 49국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비닐봉지는 38국, 담배꽁초는 38국, 어업·해운 관련 장비는 34국에서 많이 발견됐다.
한국도 분석 대상에 포함됐다. 한국 해안에서는 어업·해운 관련 쓰레기가 1위였고, 플라스틱병이 2위였다. 유리병, 담배꽁초, 의류, 비닐봉지는 공동으로 3위로 집계됐다. 한국 자료는 2014~2023년 발표된 연구 5건과 해안 조사 지점 60곳을 바탕으로 했다. 전 세계 바다가 '일회용 소비'의 흔적으로 뒤덮였다면, 한국 바다는 어업 활동과 해양 산업의 흔적이 더 짙게 남은 셈이다.
이번 연구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대부분이 '짧게 쓰고 버리는 물건'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식품·음료 포장재가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최대 20%를 차지하며 대부분이 일회용이라고 설명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수명이 짧은 플라스틱 제품이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의 약 70%를 차지한다. 손에 머무는 시간은 몇 분이지만, 바다에 남는 시간은 수십 년에 이르는 일회용 포장재들이 해변 쓰레기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미 버려진 쓰레기를 치우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밝혔다. 끊임없이 소비되고 버려지는 식품·음료 관련 플라스틱을 해변 청소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이중 포장 줄이기, 재활용이 쉬운 포장재 사용, 일회용품 감축, 포장재 플라스틱 생산자 책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