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노벨상 얘기를 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면서도 "안 된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26일 "노벨상 얘기를 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다"면서도 "안 된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과학계가 노벨상 수상 여부에 촉각을 세우지만, 아직 과학 분야 수상자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노벨상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밝혔다. 핵심은 세 가지다. 세계적 석학 네트워크를 넓히고, 국내 연구자의 국제 과학상 수상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며, 청소년 단계부터 과학 인재를 키우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노벨상은 한 명의 성취가 아니라 오래 준비된 연구개발 생태계에서 나오는 결실"이라며 "건강한 과학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한림원의 중요한 미션"이라고 했다.

한림원은 우선 노벨상 수상자를 외국인 회원으로 적극 영입해 세계적 석학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한림원은 올해에만 노벨상 수상자 7명을 회원으로 선출했다. 지난 19일에는 안 륄리에 룬드대 교수, 도나 스트리클런드 워털루대 교수, 메이브리트 모세르 노르웨이 과학기술대 교수,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파스퇴르연구소 박사 등 여성 노벨상 수상자 4명을 선출했다. 지난 2월에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스스무 기타가와 교토대 교수, 오마르 야기 UC버클리 교수, 브라이언 코빌카 스탠퍼드대 교수를 선출했다.

이로써 한림원은 노벨상 수상자 34명을 회원으로 두게 됐다. 정 원장은 "그분들이 한국 과학 생태계에 기여할 방안을 찾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며 "세계 학계의 최정상 연구자들과 연결돼야 국내 연구 성과도 국제적으로 더 널리 알릴 수 있다"고 했다.

두 번째 전략은 노벨상 전 단계라는 의미에서 이른바 '프리(pre) 노벨상'으로 통하는 국제 과학상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다. 한림원은 래스커상, 울프상, 카블리상, 브레이크스루상, 캐나다 게어드너상, 교토상,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 쇼상, 발찬상, 탕상 등 10개 국제상을 주요 목표로 보고 있다. 이들 상은 생명과학, 물리학, 화학, 수학, 천문학, 나노과학, 공학 등 분야별로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다.

래스커상은 수상자 101명, 울프상 수상자 120명, 벤저민 프랭클린 메달 수상자 128명이 노벨상 수상자로 이어졌다. 정 원장은 "아직까지 국내 과학자들 중에는 이런 상을 받은 사람이 없다"며 "이런 상에 후보로 올라가고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업적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년 인재 양성도 강조했다. 한림원은 청소년에게 과학자의 꿈을 심고, 학부모와 교사까지 과학 인재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24일 국회와 함께 '과학계의 꿈에서 노벨상까지'를 주제로 포럼을 열고, 청소년과 과학 교사를 스웨덴 노벨상 시상식 현장에 파견하는 프로그램도 추진한다. 정 원장은 "청소년 단계에서 인재 육성을 시작하지 않고 대학생부터 시작하면 이미 늦다"고 했다.

정 원장은 "일단 노벨상 길목에 있는 국제 과학상을 받는 것부터 시작해 빌드업이 되면 노벨상까지 갈 수 있다"며 "임기 중에 한 두명은 이런 국제상을 받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