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이 발언하고 있다./한국과학기술한림원

"노벨상은 하루아침에 나오는 성과가 아닙니다. 거기까지 가기 위한 단계가 있고, 그게 바로 '길목상'입니다."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과학계의 노벨상급 성과를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길목상'을 강조했다. 노벨상 자체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전 단계로 평가되는 주요 국제 학술상에서 한국 연구자들의 존재감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래스커상, 울프상 등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학술상을 예로 들며 "래스커상 같은 경우 수상자의 48%가 노벨상을 받았다. 이 정도로 굉장히 권위 있는 상들이지만 아직 국내 과학자 중에서는 받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성과가 뛰어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변 학자들에게 이런 좋은 연구가 있다고 알려지고 논의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국제 학술상이 노벨상으로 가는 성장 파이프라인이다. 앞으로 젊은 과학자부터 선도 연구자까지 국제과학상 후보 추천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림원은 이와 함께 한국 연구자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사업도 본격화한다. 세계적 석학과 국내 연구자를 연결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청소년 단계부터 과학 인재를 유입하는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 원장은 "기초과학 네트워킹 센터를 만들어 국내 젊은 연구자와 중견 연구자, 석학급 연구자들이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며 "유럽 등 해외 연구자를 초청해 심포지엄이나 워크숍을 여는 방식"이라고 했다.

정 원장은 "노벨상은 한 명의 성취가 아니라 연구개발(R&D) 생태계가 좋아야 나오는 결과로, 수상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그런 성과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실패를 책임이나 예산 낭비로만 보면 과학자들은 도전하기 않게 된다. 실패를 지식 축적, 제도 개선, 혁신 데이터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