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2026(ALC)에 모인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들은 유전체학(genomics)이 예방의학과 정밀의료 시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유전체학, DNA 속 감춰진 인류 질병의 실마리를 잡다' 세션은 도널드 브레이디 밴더빌트대학교 의과대학 교무부학장이 좌장을 맡고, 조시 피터슨 밴더빌트대학교 의료센터 의생명정보학 교수와 안준용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유전체학은 인간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질병 발생 가능성과 약물 반응, 개인 체질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날 전문가들은 유전체 분석이 질환 위험을 조기에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슨 교수는 "기존의 가족력 중심 유전 질환 판별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유전체 분석을 통해 암·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을 훨씬 정확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성 유방암, 심근병증,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을 유전체 분석의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꼽았다.

한국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한 유전체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안 교수는 "자폐증은 혈액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라 다양한 유전·환경 요인이 작용하는 스펙트럼 질환"이라며 "한국 자폐 연구 코호트(K-ARC)를 통해 약 4700명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기술도 유전체 연구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안 교수는 "최근 AI 기반 '가상 뇌' 모델을 활용해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자폐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디 부학장은 "AI와 유전체학 등 연구를 결합하면 문제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데이터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유전체학의 토대가 되는 대형 바이오뱅크 구축이 필수다. 바이오뱅크는 혈액, 세포 등 인체 정보를 축적한 데이터 저장소다. 미국·영국·호주 등은 이미 국가 단위 바이오뱅크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피터슨 교수는 "국가적 차원의 투자 없이는 전국을 아우르는 대규모 바이오뱅크를 구축할 자원을 확보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역시 이미 바이오뱅크와 정교한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인구 단위 유전체 선별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라면서도 "정부가 바이오뱅크에 투자한다면 30년, 50년 동안 인구 건강에 기여하는 과학적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