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연구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단순히 자료를 검색하거나 문장을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연구자가 살펴볼 만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검증 과정을 보조하는 형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20일 구글 딥마인드와 퓨처하우스 연구진이 각각 개발한 AI 시스템을 소개했다. 두 시스템은 과학자가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설계하며 데이터를 해석하는 과정을 도와 과학적 발견의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과학 연구는 보통 가설을 세우고, 이를 실험으로 확인한 뒤 결과를 분석해 다시 가설을 다듬는 과정을 반복한다. 문제는 현대 과학이 점점 복잡해지고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이해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한 연구자가 모든 관련 지식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에 공개된 AI들은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글 딥마인드의 '코-사이언티스트(Co-Scientist)'는 구글의 AI 모델인 제미나이 2.0을 기반으로 한 범용 과학 연구 보조 시스템이다. 특정 분야에만 묶이지 않도록 설계됐지만, 초기 검증은 주로 생의학 분야에서 이뤄졌다.
연구진은 "코-사이언티스트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후보와 병용 치료 조합을 제안했다"며 "AI가 제안한 치료 전략이 세포 실험에서 잠재적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치료제로 쓰이기 위해서는 동물실험과 임상시험 등 엄격한 검증이 더 필요하다.
코-사이언티스트는 암 연구 외에도 간 섬유화와 관련된 새로운 약물 표적을 찾고,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유전적 작동 원리를 밝혀내는 데도 활용됐다. 여기서 약물 표적은 약이 작용해야 할 생체 내 단백질이나 유전자를 뜻하며, 좋은 표적을 찾으면 신약 개발의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편 퓨처하우스의 '로빈(Robin)'은 실험 생물학 분야에 초점을 맞춘 AI 시스템이다. 오픈AI의 o4-mini와 앤스로픽의 클로드 3.7을 함께 활용하며, 신약 개발 연구에 적용됐다.
로빈은 선진국에서 실명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건성 노인성 황반변성의 치료제 후보를 찾는 데 도움을 줬다. 특히 망막세포 안에서 조절 가능한 생물학적 과정을 표적으로 삼고, 기존에 질환 치료제로 제안된 적 없는 새로운 약물 후보를 제시했다.
두 시스템의 공통점은 '멀티 에이전트' 방식이라는 점이다. 하나의 AI가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전문 AI가 역할을 나눠 협업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어떤 AI는 논문을 검토하고, 다른 AI는 실험 방법을 제안하며, 또 다른 AI는 결과를 해석하는 식이다.
두 연구진은 "앞으로 AI 에이전트가 과학 연구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단 AI 시스템이 연구자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구자와 협력하도록 설계됐다. 과학자는 실제 연구 과정에서 항상 판단과 검증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고 자료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644-y
Nature(2026),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6-10652-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