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붙인 얇은 태양전지가 만든 전기로 가슴의 심전도 센서를 작동시키는 웨어러블 기술이 개발됐다. 심전도 센서를 붙인 가슴은 옷에 가려 햇빛을 받기 어렵지만, 팔이나 손목처럼 에너지를 얻기 좋은 부위에서 전기를 만든 뒤 가슴 센서에 보내는 방식이다. 배터리를 넣지 않아도 심장 신호를 측정할 수 있어 차세대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의 전원 문제를 풀 기술로 주목된다.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유담 교수 연구팀은 배터리 없이 심전도 신호를 측정하는 피부 밀착형 웨어러블 시스템 '스킨ECG'를 개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서울대, 싱가포르국립대, 일본 도쿄대 공동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심전도는 심장이 뛸 때 생기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몸 표면에서 읽어 기록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부정맥 같은 심혈관 질환의 이상 징후를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몸에 붙이는 패치형 심전도 센서가 개발되고 있지만, 장시간 쓰려면 전원 공급이 문제다. 배터리를 넣으면 기기가 두꺼워지고 무거워진다. 방전되면 측정도 끊긴다.
배터리 대안으로 빛, 열, 움직임 등을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이 연구돼 왔다. 그러나 전기를 만들기 좋은 위치와 생체 신호를 측정해야 하는 위치가 다르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팔이나 손목, 다리 등에 붙인 발전 소자에서 만든 전기를 가슴의 심전도 패치에 무선으로 공급하는 기술로 이 문제를 풀었다.
실험에 쓰인 심전도 패치는 가로·세로 10㎝ 크기의 하이드로콜로이드 패치 위에 유연한 회로기판과 반도체 칩, 전극을 올린 구조다. 두께는 0.71㎜로 얇고 피부에 밀착된다. 연구팀은 가슴에 스킨ECG를 붙이고, 팔뚝에는 태양전지와 전력 송신 모듈을 붙여 실험했다. 태양전지가 생산한 전력은 약 30㎝ 떨어진 가슴 센서까지 무선으로 전달됐다.
움직이는 환경에서도 심전도 측정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덤벨 운동, 점프, 달리기 중에도 심전도 파형을 읽었고, 24시간 연속 착용 실험에서도 신호 품질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기술은 아직 실험실 단계의 원천 기술이다. 실제 제품으로 쓰려면 다양한 체형과 피부 상태, 땀, 장시간 활동, 실내외 빛 조건, 의료기기 인증 같은 과제를 더 검증해야 한다. 특히 태양전지만으로 모든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에 열전, 압전, 마찰전기 등 다른 발전 소자와의 조합이 중요하다. 유담 교수는 "앞으로 심전도뿐 아니라 근전도, 뇌파, 혈당 센서 같은 다양한 생체 신호 센서로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