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 모두 기존 제품보다 효과가 강력한 '고용량 치료제'를 국내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양사의 '경구형 제품' 경쟁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조선일보 DB

비만 치료제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차세대 제품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이 달아오르고 있다. 비만 치료제 대표 기업인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릴리는 기존 제품보다 효과가 강력한 '고용량 치료제'를 한국 시장에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양사의 '경구형(먹는 약) 제품' 경쟁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불붙는 '고용량 전쟁'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비만학회(ECO 2026)에서 위고비 고용량 제품(7.2㎎)에 대한 최신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고용량 제품으로 치료한 이들 중 임상 시작 후 24주 이내에 15% 이상 감량에 성공한 이른바 '조기 반응자(Early Responders)' 그룹이 72주차엔 평균 27.7%의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약 30%에 육박하는 감량 효과를 보인 것이다. 이는 경쟁사인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최대 용량(15㎎)을 같은 기간 투여했을 때의 체중 감량 효과(22.5%)를 뛰어넘는 수치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체중 감량자 55명의 신체를 MRI(자기공명영상)로 분석했을 때 줄어든 체중의 84%는 체지방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복부 내장 지방은 30% 이상 줄었고, 근육 내 지방 역시 감소해 전반적인 근육 건강이 개선됐다"고 했다. 회사 측은 또한 체중 감량자들의 근육량은 기존보다 평균 10%가량 줄었지만, 30초 앉았다 일어서기 테스트 등으로 근력을 측정했을 땐 위약(시험 결과 비교를 위한 가짜 약)군과 동일하게 나타났다고 했다. "살이 빠진 뒤에도 근육 기능엔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위고비 고용량 제품을 '위고비 HD'라는 이름으로 조만간 국내 시장에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국내 시장에 나온 위고비 최대 용량은 2.4㎎다.

일라이릴리 측도 올해 안에 국내 시장에 마운자로 고용량 제품(12.5㎎, 15㎎)을 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 나온 마운자로 최대 용량은 10㎎다. 일라이릴리 측은 마운자로 15㎎로 84주간 치료를 완료했을 때 체중 감량률이 25.5%까지 올라간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래픽=김성규·ChatGPT

◇먹는 비만약 경쟁도 본격 시작

먹는 비만 치료제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지난 1월부터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먹는 위고비(위고비 필·25㎎)'의 첫 분기 실적이 5000억원을 넘겼다. 노보 노디스크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먹는 위고비의 매출은 22억5600만 덴마크 크로네(약 5200억원)를 기록했다. 1분기 총 처방 건수는 130만건, 출시 이후 누적 처방 건수는 200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미국에서 판매된 GLP-1 계열 의약품 중에서도 최고 판매량이다. 회사 측은 "올해 하반기엔 미국 이외의 지역에도 출시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경구형 제제는 별도로 품목 허가를 받아야 하고 급여·약가 협의 절차도 밟아야 한다.

일라이릴리가 먹는 위고비의 대항마로 지난 4월 미국에 내놓은 경구용 비만치료제 '파운다요'는 일단 출발 성적에선 다소 뒤처진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파운다요의 미국 출시 3주차 처방 건수는 5600건 정도였다. 같은 기간 먹는 위고비는 2만6000건이 넘게 처방됐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보고 있다. 일라이릴리가 초반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복약 편의성에선 먹는 위고비를 앞서는 만큼 '뒷심'을 보여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먹는 위고비는 반드시 공복에 소량의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반면 파운다요는 아무 때나 하루 한번만 복용하면 된다. 흡수율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편이다.

일라이릴리는 또한 위고비나 마운자로 등으로 체중을 감량한 이들이 몸무게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이른바 '유지 요법'을 시행할 때 파운다요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임상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 마운자로(평균 20% 감량)나 위고비(평균 14% 감량)로 살을 뺀 환자들이 파운다요로 전환해 유지 치료를 지속했을 경우, 체중 증가량은 각각 5㎏과 0.9㎏ 이내로 효과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