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pixabay

한국 연구진이 눈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생쥐 실험에서 항우울제와 비슷한 효과를 확인했다.

박장웅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우울증과 관련된 뇌 부위를 자극할 수 있는 부드럽고 투명한 스마트 콘택트렌즈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츠 피지컬 사이언스'에 15일 게재됐다.

눈의 망막은 단순히 빛을 받아들이는 기관이 아니라, 해부학적으로는 뇌와 연결된 신경 조직이다. 망막에서 들어온 신호는 시신경을 따라 뇌로 전달된다. 연구진은 이 경로를 이용하면 머리를 열거나 뇌에 장치를 심지 않고도 기분 조절과 관련된 뇌 회로를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렌즈에는 '시간 간섭'이라는 전기 자극 방식이 적용됐다. 렌즈의 초박막 전극에서 두 개의 약한 전기 신호를 보내, 두 신호가 만나는 지점에서만 자극이 강해지도록 하는 방법이다. 연구진은 "두 손전등의 빛이 겹치는 곳에서 밝은 지점이 생기는 것과 비슷하다"며 "전극은 눈 표면에 있지만, 실제 자극은 망막 깊은 곳에서 정밀하게 일어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우울 증상을 유도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생쥐는 각각 치료를 받지 않은 집단, 콘택트렌즈의 전기 자극을 받은 집단, 항우울제 성분인 플루옥세틴을 투여받은 집단 등으로 나뉘었다. 플루옥세틴은 널리 알려진 항우울제 '프로작'의 주요 성분으로, 기분 조절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뇌에서 더 오래 작용하도록 돕는다.

실험 결과, 하루 30분씩 3주 동안 콘택트렌즈 자극을 받은 생쥐는 행동, 뇌 활동, 생체 지표에서 모두 우울 증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 개선 효과는 플루옥세틴을 투여받은 생쥐와 비슷했다. 또 우울증으로 약해졌던 해마와 전전두엽 사이의 연결성이 회복됐다. 해마는 기억과 감정 조절에, 전전두엽은 판단과 감정 조절에 중요한 뇌 부위다. 두 영역의 연결성이 무너지면 우울 증상과 관련된 뇌 회로가 흔들릴 수 있다.

콘택트렌즈 치료를 받은 생쥐는 뇌 속 염증 관련 물질이 줄었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의 혈중 수치가 치료받지 않은 우울증 생쥐 모델보다 48% 감소했다. 반대로 세로토닌은 47% 증가했다.

연구진은 "스마트 콘택트렌즈는 주로 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는 등 진단과 모니터링 용도로 연구돼 왔다"며 "이번 연구처럼 콘택트렌즈를 뇌질환 치료에 활용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기술이 곧바로 사람에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새로운 의료기술인 만큼 시장에 나오기 전 환자를 대상으로 엄격한 임상 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앞으로 완전 무선 렌즈를 만들고, 더 큰 동물에서 장기 안전성을 시험한 뒤, 사용자별 맞춤 자극 기술을 개발해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Cell Reports Physical Science(2026), DOI: https://doi.org/10.1016/j.xcrp.2026.103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