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 기업 프랙틸 헬스가 지난 11일 네덜란드 규제 당국으로부터 세계 최초의 GLP-1 유전자 치료제인 '레쥬바'에 대한 임상 1·2상을 시험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비만·당뇨 같은 만성질환도 단 한 번의 유전자 치료제 투약으로 질병의 근원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조선일보 DB

평생 한 번만 투여하면 당뇨·비만을 치료할 수 있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의 유전자 치료제가 전 세계 최초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미국 바이오 기업 프랙틸 헬스(Fractyl Health)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네덜란드 규제 당국으로부터 세계 최초의 GLP-1 유전자 치료제인 '레쥬바(Rejuva·RJVA-001)'에 대한 임상 1·2상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암이나 난치병에 주로 사용됐던 유전자 치료제의 활용 범위가 갈수록 넓어지면서 비만 치료제까지 적용된 경우다. 비만·당뇨 같은 만성 질환도 단 한 번의 유전자 치료제 투약으로 질병의 근원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프랙틸 헬스가 개발하는 유전자 치료제 레쥬바는 특수 카테터(환자 몸속에 넣는 얇고 긴 튜브 형태의 의료용 관)로 췌장에 약물을 직접 주입하면, 인슐린 분비 세포가 지속적으로 GLP-1 호르몬을 만들어 내도록 설계됐다.

GLP-1은 식후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으로,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의 분비를 억제하는 특성이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나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외부에서 GLP-1 유사체를 주입하는 방식이라면, 레쥬바는 몸이 직접 GLP-1이 계속 나오도록 유도하 방식이다.

동물 실험 단계에선 고지방식을 섭취한 쥐에게 레쥬바를 1회 투여했을 때 35일 만에 체중이 최대 29%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프랙틸 헬스 측은 6월 1일부터 환자 모집을 시작하고, 이를 통해 하반기 중엔 첫 투약 및 예비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 외에 호주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본래 유전자 치료제는 암이나 희귀 유전 질환 치료제에 한정적으로 적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교정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치료제의 타깃도 대중적인 만성 질환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

지난달 미 식품의약국(FDA)이 리제네론이 개발한 유전성 난청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 '오타르메니'를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테라퓨틱스가 개발하는 유전성 혈관부종 유전자 치료제도 최근 임상 3상에 성공하면서 미국 내 승인 신청 절차에 돌입했다. 유전자 치료제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최근엔 비만·당뇨 등 대규모 만성 질환에 적용하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비만 유전자 치료제가 실제로 임상을 거쳐 상용화되기까진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