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먹고 괜찮으면 슬쩍 따라 먹었다. 호주 시드니 도심에 사는 야생 앵무새(큰유황앵무)들이 낯선 먹이를 대할 때 쓰는 '눈치 작전'이다.
호주국립대(ANU) 연구팀은 앵무새가 어릴수록 새로운 먹이를 발견하면 주변 행동을 보며 따라 한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에 최근 발표했다.
한 번도 못 본 먹이를 발견하면 동물들은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다. '맛있을까' 싶다가도, '먹고 죽으면 어쩌나' 두려워하기도 한다. 앵무새는 이때 옆 친구가 먹는 걸 보고 따라 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시드니 곳곳에 사는 큰유황앵무 705마리에게 파란색과 빨간색 식용색소로 칠한 아몬드를 줘봤다. 앵무새들에겐 낯설고 수상하게 보일 수 있다. 처음엔 다들 이 아몬드 근처에도 안 갔다.
연구팀은 이후에 미리 아몬드 먹는 법을 훈련시킨 앵무새 4마리를 슬쩍 투입해 봤다. 일종의 '먹방 유튜버'를 무리로 보낸 셈이다. 훈련을 받은 앵무새가 아몬드를 먹는 것을 보자, 주변 앵무새들도 하나둘 따라 먹기 시작했다. 이후 열흘이 지나자 무려 349마리가 이 색깔을 입힌 아몬드를 먹기 시작했다. 앵무새 사이에서 '먹어도 된다'는 소문이 금세 퍼진 것이다. 특히 앵무새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주요 거점 지역 5곳을 타고 소문이 빠르게 확산됐다고 한다.
연구를 이끈 줄리아 펜도르프 박사는 "통계 모델링을 통해 재분석해 봐도 이들 앵무새의 99.9%는 색깔을 입힌 아몬드를 먹는 법을 옆 친구를 보고 배운 것으로 확인됐다"며 "우연히 스스로 알게 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라고 했다.
앵무새들은 먹는 방법도 서로 공유했다. 자주 만나는 무리일수록 아몬드를 까먹는 순서나 방법이 비슷했다. 어떤 무리는 끝부분부터 깨먹었고, 또 다른 무리는 반으로 쪼개어 먹는 식이었다. 불과 몇 ㎞ 떨어진 무리들의 식사 방식이 각각 달랐다고 한다. '끼리끼리 그룹 문화'가 생겼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어린 앵무새들은 무리 중 다수의 행동을 따라 하는 이른바 '동조 현상(Conformity)'을 보이면서 지식을 습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앵무새는 이처럼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뛰어난 사회성 덕분에 복잡한 도심에서도 잘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했다.
흥미로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경향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어린 앵무새일수록 주변 앵무새가 먹는 빛깔의 아몬드를 그대로 따라 먹었지만, 어른 앵무새들은 스스로 판단해서 색깔을 고르는 모습을 보였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면서 그만큼 고집과 소신도 생겼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