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업무 생산성과 창작 방식, 교육과 연구개발(R&D)의 구조까지 빠르게 바꾸는 가운데, 정부가 2030년 이후를 겨냥한 과학기술·AI 미래전략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단순히 해외의 AI 프로젝트에 참여할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과 인재, 정책 역량을 결집해 AI 경쟁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과학기술·AI 미래전략회의'를 출범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미래전략회의는 과학기술·AI 분야 연구자뿐 아니라 경제, 산업, 교육, 의료, 문화, 법률 등 사회 각 분야의 민간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회의체는 AI와 첨단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추진 중인 2030년까지의 과학기술·AI 정책 방향을 점검하는 동시에, 2030년 이후 2035년까지 이어질 새로운 국가 전략 어젠다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020년에도 과기정통부가 2045년 미래전략을 마련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생성형 AI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며 "과거의 중장기 전략 수립 방식만으로는 현재의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는 어려운 만큼, 범용 AI(AGI)가 등장한다면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어떻게 대비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배 부총리는 "일각에서는 한국이 앤트로픽의 AI '미토스' 기반 소프트웨어 보안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참여하느냐만 묻는 데, 아쉽다"며 "우리 스스로 미토스 같은 모델을 만들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런 면에서 아직 AI에 대한 인식과 준비도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진우 카이스트 교수는 "한국에도 미토스 같은 AI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며 "그동안 뛰어난 엔지니어링과 현장 구현 능력으로 산업 경쟁력을 만들어왔다. 산업과 인재, 정부 정책을 얼마나 잘 연결하고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AI 시대 인간의 역할과 역량 격차 문제도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김주호 카이스트 교수는 AI 활용 능력의 격차가 앞으로 조직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봤다.
김 교수는 "AI가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상당 부분 대체한다면, 인간에게는 '무엇을 할 것인가'와 '왜 해야 하는가'가 남는다"며 "국가 차원에서 AI 활용의 질을 어떻게 측정할지, 그 기준을 바탕으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만들고 AI 역량을 키울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수경 카이스트 교수는 AG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AI 자체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물리적·산업적 기반 기술까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AGI가 3~5년 안에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실제 성과는 컴퓨팅 비용과 구독 접근성,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AI 확산과 밀접하게 연결된 기반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AI가 핵융합 같은 분야에 돌파구를 줄 수는 있지만, 초전도체나 소재 개발처럼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 있다"며 "AI가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그때 필요한 주변 기술과 기반 역량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욱 경희대 교수는 AI 시대 교육과 인재 양성의 방향을 짚었다. 김 교수는 "인터넷이 처음 확산되던 시기에도 세대별로 이해와 활용의 차이가 컸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결국 기초에 대한 지식이 중요했다"며 "AI 정책이 인프라 구축에서 응용 확산으로 넘어가는 단계에 있으니, 학생들이 응용 분야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미래전략회의를 분기마다 정기 개최하고 분야별 미래 이슈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회의에서 발굴된 핵심 아젠다는 유관 연구기관과 연계해 심층 연구로 이어가고, 그 결과는 미래 아젠다 시리즈 형태로 순차 발표한다. 또 범부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은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논의해 정책 실행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