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해외 과학기술 인재 영입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China Busuness Forum

중국의 해외 과학기술 인재 영입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액 연봉과 연구비, 주택 보조금을 앞세워 연구자의 중국 이전을 직접 설득했다면, 최근에는 '당장 중국에 오지 않아도 된다' '기존 직장을 유지해도 된다' '우선 이력서만 제출하라'는 식으로 참여 문턱을 낮춰 국내 연구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7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연구자들에게 중국의 '2026 국가 QM 인재 프로그램' 참여를 권유하는 이메일이 잇따라 전달되고 있다.

QM은 중국의 치밍(Qiming) 계획을 뜻하는 말로, 과거 중국의 해외 고급 인재 유치 사업인 '천인계획'과 연관된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중국계 인재뿐 아니라 외국인 전문가도 대상으로 하며, 반도체 등 중요 기술 분야 인재를 겨냥한다.

이메일 발신자는 연구자를 '특별히 선별된 대상'으로 치켜세우며 접근했다. 그는 "중국 내 대학·기업·연구기관과 해외 박사급 연구자를 연결하는 국가급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자체 기준에 따라 신중하게 고른 인재에게만 참여를 권유한다"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부담 없음'을 반복적으로 강조한 점이다. 발신자는 "최신 이력서만 보내면 평가와 신청 절차를 진행하겠다. 초기 신청 단계에서는 핵심 자료만 제공하면 되고, 나머지 작업은 우리 팀이 모두 처리한다"며 "추가적인 시간이나 에너지를 들일 필요가 없고, 현재 업무에도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프로그램에 선정되더라도 곧바로 중국으로 이동하거나 업무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정 이후 2년간 결정 유예 기간이 주어지며, 이 기간 동안 기존 직장과 생활을 유지하면서 원격 기술 자문, 파트타임 참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신자는 "먼저 서류를 요청하는 이유는 귀하를 위한 선발 기회(쿼터)를 미리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자리가 극히 제한돼 있다"며 "현재 (연구자의) 바쁜 일정 때문에 협업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메일에는 보수와 지원 조건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40세 미만 젊은 인재에게는 150만위안(약 3억2000만원), 40세 이상의 혁신 인재에게는 300만위안(약 6억4000만원)의 정부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고, 연구비로 300만~500만위안(최대 약 10억6000만원)이 지원된다는 설명이 담겼다. 주택 구입 보조금, 정착 보조금, 배우자 취업 지원, 자녀 교육 지원, 비자·영주권 지원도 제시됐다.

참여 현황과 경쟁률 등을 묻는 추가 질의에는 "한국 과학자들이 이미 다수 참여했다"며 "이력서가 평가 기준을 충족하면 중국 내 적합한 호스트 기업과 매칭될 확률은 '90% 이상'"이라고 답변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기존 소속을 유지한 채 이력서 제출, 원격 자문, 단기 방문으로 중국 기관과 연결되는 방식이 직접 이직보다 대응하기가 까다롭다고 본다. 연구자가 국내 기관에 소속돼 있는 만큼 이해충돌이나 기술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FBI는 "중국 인재 프로그램이 기존 직장을 가진 연구자에게도 파트타임 참여를 허용해 연구자의 지식재산, 영업비밀, 논문 게재 전 데이터와 연구 방법, 연구비 정보 등에 계속 접근할 수 있게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이메일은 특정 연구자에게만 도달한 것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일부 과학기술원이나 연구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서울대와 연세대 등 주요 대학 교수들도 유사한 내용의 메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학 교수는 "지난해 말부터 비슷한 메일이 자주 오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해당 메일을 받았다는 국내 연구기관의 책임자급 연구자는 "이전에는 '이런 기회가 있으니 검토해보라'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연봉과 보상뿐 아니라 참여 방식, 유예 기간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제시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보통 대학 학과나 연구기관이 직접 사람을 찾는데, 중국은 학계에서도 전문 에이전시를 활용해 인재를 찾는 구조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내 연구자의 애국심에만 기대서는 우수한 인재를 지키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