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박새(학명 Parus major)처럼 도시에 사는 새들은 남성보다 여성을 더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새목 조류인 유럽박새는 한국의 박새와 같은 종이지만, 배가 노란 색을 띠는 점이 다르다. 한국 박새의 배는 흰색이다./위키미디어 커먼스

새를 무서워하는 여성이 많다. 새도 마찬가지다. 도시에 사는 새들은 남성보다 여성을 더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들은 여성이 오면 더 빨리 피했다. 앞서 실험동물 역시 연구자의 성별(性別)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과학자들은 아직 그 이유는 모르지만, 동물이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의 남녀를 가릴 수 있다고 본다.

영국 생태학회는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이 다섯 나라 도시에 사는 새들을 관찰한 결과 인간의 성별에 따라 피하는 행동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지난 28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인간과 자연'에 게재됐다. 생태학회는 관찰자의 성별이 새들의 도피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일찍 도망가든 늦게 피하든 모두 여성 회피

도시 공원에 사는 비둘기나 까치, 참새는 한가롭게 먹이를 쪼다가도 사람이 가까이 오면 자리를 피하거나 날아 도망간다. 연구진은 키와 옷이 비슷한 남녀 참가자들이 도시 공원이나 녹지 공간에서 새들을 향해 일직선으로 걸어가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남성은 새들이 도망치기 전까지 여성보다 평균 1m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폴란드, 체코 등 다섯 나라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또 까치처럼 사람을 더 빨리 피하는 종(種)부터 비둘기처럼 늦게 도망치는 종에 이르기까지 이번에 연구한 도시 새 37종은 모두 같은 현상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의 새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의 성별을 인식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새들이 인간의 어떤 특성을 보고 성별을 감지하는지, 왜 여성을 더 두려워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못했다. 논문 교신 저자인 페데리코 모렐리(Federico Morelli) 이탈리아 토리노대 생명과학 및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일관된 현상을 확인했지만 그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새들이 사람과 같은 주변 환경을 정교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새들이 남녀의 체취나 걸음걸이, 체형을 구별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야니나 베네데티(Yanina Benedetti) 체코 생명과학대 응용지리정보학 및 공간계획학과 박사후연구원은 "앞으로 행동 형태나 체취 신호, 신체적 특징과 같은 개별 요인에 초점을 맞춰 각각 따로 시험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번 실험이 여성 관찰자로만 진행됐다면 남녀가 모두 참여했을 때보다 새들의 도피 행동이 더 빨랐다고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결과는 과학 연구에서 성비(性比)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네데티 박사는 "여성 연구자로서 새들이 우리에게 다르게 반응한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이번 연구는 도시의 동물들이 인간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며, 이는 도시 생태학과 과학 분야의 평등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남성 연구원이 실험용 쥐를 바라보고 있다. 쥐는 여성보다 남성 연구원이 있을 때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나와 통증이 40%나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게티이미지

◇연구자 성별도 실험동물에 영향

이번 연구는 연구자나 실험동물의 성별에 따라 실험 결과가 달라진다는 앞서 연구 결과들과도 일맥상통한다. 도시 새처럼 실험동물도 연구자의 성별을 가렸다. 제프리 모길(Jeffrey Mogil) 캐나다 맥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14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소드'에 남성 연구원이 있으면 실험용 쥐의 통증 반응이 여성 연구원이 있을 때보다 40% 줄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약물 실험에서 통증 반응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쥐가 통증을 덜 느끼는 것은 편안하기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코스테론 수치가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위험에 처하면 스트레스를 유발해 스스로 고통을 차단한다. 쥐는 남성 연구원을 포식자 같은 위험 요인으로 인식한 셈이다. 남녀 연구원이 같이 있으면 실험 동물의 스트레스 반응이 상쇄됐다.

과학에서는 실험 동물의 성비 균형도 중요하다. 과거 생명과학 연구에는 주로 수컷 실험 동물을 썼다. 암컷은 발정 주기 때 호르몬 변화가 심해 실험에 영향을 주기 쉽다는 게 이유였다.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1997~2000년 미국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약품 10종이 회수됐는데, 이 중 8종은 여성에게 부작용이 더 많았다. 동물실험 단계에서 암수를 고루 썼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일이다.

다행히 최근 과학 연구에서 실험동물의 성비 균형을 맞추는 추세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2020년 동물실험에서 암수를 모두 사용한 논문이 10년 사이 두 배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실험동물의 성차별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2023년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는 실험에서 암컷 생쥐의 행동은 호르몬 수치와 상관없이 수컷보다 더 안정적이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People and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02/pan3.70226

Current Biology(2023), DOI: https://doi.org/10.1016/j.cub.2023.02.035

eLife(2020), DOI: https://doi.org/10.7554/eLife.56344

Nature Methods(2014), DOI: https://doi.org/10.1038/nmeth.2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