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1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2011년 회사 창사 이후 첫 파업이다. 지난해 12월부터 13차례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벌였으나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파업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업계에선 회사 측이 최대 6500억원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한다. 또 글로벌 위탁생산(CMO)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조에 따르면 낮 12시 기준으로 파업에 동참한 인원은 전체 조합원 4000명 가운데 70%인 2800명 정도다. 전체 직원은 5455명이다. 파업은 단체 행동 대신 조합원들이 휴가를 써 업무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5일까지 진행된다.
생산 현장에선 이미 인력 공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공정은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정제하는 만큼 1년 365일, 24시간 가동해야 한다. 한순간만 멈춰도 세포 사멸이나 단백질 변질로 수개월간 투입된 원료와 제품이 전량 폐기된다. 회사는 앞서 지난달 28~30일 진행된 부분 파업으로 1500억원 손실이 났다고 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항암제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환자 생명에 직접 영향을 주는 23개 제품의 생산 절차가 중단됐다고 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전면 파업 전날인 30일 저녁 이메일을 통해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전사 파업으로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니 신중하게 판단해달라"고 했다.
◇노조 "손실 규모 본 후 추가 파업 결정"… 업계 "韓 바이오기업 신뢰도 추락 우려"
1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1~4공장 게이트 주변엔 '단결 파업(One Team On Strike)'이라고 적힌 현수막과 붉은 노조 깃발만이 펄럭였다.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노조는 이날 생산 과정과 제품 검사(QC), 절차보증(QA) 과정에서 전면 파업을 진행했다. 다만 법원 결정으로 의약품 변질·부패 방지 작업을 하는 마무리 공정 부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아 최소 인원이 업무에 투입됐다. 전체 공정이 중단되지 않았지만, 주요 인력 상당수가 현장을 이탈하면서 피해 사례가 잇따랐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달 부분 파업 때도 이미 약품 제조 공정에서 승인된 지침이나 기준과 다르게 일이 진행되는 이른바 '일탈(deviation)' 사례가 계속 발생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노조는 5일까지 파업을 진행한 뒤 효과와 손실 규모를 검토해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어서 장기화 우려도 나온다. 박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회사에서 검토한 안건들이 그룹사에서 그대로 가져온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실질적인 타협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1인당 3000만원 일시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사는 오는 4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다시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예정이다.
업계에선 이번 파업으로 국내 바이오 업계의 대외 신뢰도 추락을 우려한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스위스 론자가 1위 기업이다. 2위 자리를 놓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미국 캐털런트 등이 경쟁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6조8190억원을 수주했고, 공장 가동률을 늘리면서 생산 능력 기준으로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이번 파업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외 신뢰도가 크게 흔들리고 수주에도 영향을 받는다면 국내 바이오 업계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