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한국에서 매년 10만명 넘게 발생하고, 암에 이어 사망률이 높은 중증 질환이다. 막힌 뇌혈관을 뚫기 위해 혈전을 녹이는 약을 3~4시간 안에 투여하는 응급 조치가 사실상 유일한 치료법이다.
국내 연구진이 이 난제에 돌파구를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과 을지대 공동 연구팀은 뇌졸중의 핵심 원인을 새롭게 규명하고,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 물질(KDS12025)로 뇌졸중 원숭이의 마비된 손을 회복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28일 국제 학술지 '셀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
혈관이 막히면 산소 공급이 끊기면서 뇌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이때 별 모양 세포인 '별세포'가 손상 부위 주변에 일종의 장벽을 쌓는다. '교세포 장벽'이다. 기존 학계에서는 이 장벽이 염증 확산을 막아주는 보호막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연구진의 발견은 정반대였다. 혈관이 막히면 뇌 속에 과산화수소라는 유해 물질이 급격히 쌓인다. 농도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별세포가 자극을 받아 '콜라겐' 단백질로 이뤄진 장벽을 만들어내는데, 이 장벽이 주변 신경세포를 둘러싸 죽게 만든다는 것이다. 보호막이라고 믿었던 것이 실은 뇌세포를 가두는 감옥이었다.
이에 연구진은 과산화수소를 분해하고 콜라겐 생성을 억제하는 신약 후보 물질을 개발했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과산화수소를 분해하는 능력을 약 100배 높여주는 화합물이다. 생쥐 300여 마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교세포 장벽이 거의 사라졌고, 떨어졌던 운동 능력도 일주일 만에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결정적인 성과는 영장류 실험에서 나왔다. 뇌졸중을 유발한 원숭이에게 이 물질을 투여한 결과, 3일 후 뇌 병변 크기가 확연히 줄었다. 마비됐던 손은 일주일 뒤에 완전히 회복됐다. 치료를 받지 않은 원숭이는 과일을 집어 먹는 실험에서 운동 장애로 전혀 움직이지 못한 반면, 치료받은 원숭이는 10번 모두 성공했다. 인간과 생물학적으로 가장 유사한 영장류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해 실제 환자 대상 임상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이 늘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기존에는 3~4시간 안에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이번 물질은 뇌세포를 죽이는 장벽 자체가 형성되지 않도록 막는 방식이어서, 뇌졸중 발생 48시간 후에도 치료 효과가 확인됐다. 다만 아직은 신약 후보 물질 단계여서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