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구축할 때 페로브스카이트는 '필수 병기'가 될 수밖에 없다. 고효율·초경량·저비용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핵심 소재다."
글로벌 학술 데이터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박남규 교수팀이 공동으로 최근 발간한 보고서 가운데 일부 내용이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는 1839년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광물에 처음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는 이와 동일한 결정 구조를 가진 모든 물질을 통틀어 일컫는다. 자외선이나 가시광선 같은 짧은 파장의 빛을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해 차세대 태양전지의 핵심 소재로 손꼽힌다.
◇머스크도 기대하는 '차세대 태양전지'
최근 우주 산업이 미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페로브스카이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우주 기업 스페이스X 기업 공개를 앞두고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우주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라고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언급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주에선 무게를 줄이는 것이 경제성의 핵심인데, 페로브스카이트는 실리콘 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얇고 가벼우면서도 우주 방사선 노출에도 강하다.
일본은 페로브스카이트를 태양전지에 처음 적용한 기술 원조 국가로 꼽힌다. 2009년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해 휘어지는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일본 정부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국가 전략 과제로 선정하고 2030년까지 대규모로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중국과 미국, 우리나라가 관련 기술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리콘 태양광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고, 미국도 우주 활용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클래리베이트는 보고서에서 "중국·미국·한국이 최근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고 했다.
◇효율로 주목 받는 K-태양전지
우리나라는 2012년 박남규 교수가 고체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화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일본의 태양전지는 내부 전해질이 액체 상태여서 수명도 짧고 효율도 낮았는데, 박 교수가 고체 물질(전하 수송층)로 페로브스카이트를 감싸는 데 성공하면서 효율을 끌어올리면서도 안정적인 전지로 완성시킨 것이다. 지난해 박 교수는 열에 취약했던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도 성공했다. 태양광을 직접 받아 극한의 열이 생길 수 있는 우주 공간에서도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KAIST 서장원 생명화학공학과 교수팀도 내구성과 효율이 높은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개발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구조에 따라 3D와 2D로 나뉘는데, 3D는 전력 효율이 좋지만 열과 습기에 약해 금방 망가지고, 2D는 효율이 부족하지만 열과 습기에 강한 편이다. 서 교수팀은 효율 좋은 3D 소재를 몸체로 쓰고, 그 위에 아주 얇은 2D 소재를 보호막처럼 덧씌워 성능과 수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한다.
고려대 화학공학과 노준형 교수팀은 3D와 2D 페로브스카이트 판을 서로 맞닿게 하는 것만으로도 전기 효율이 상승한다는 것을 '네이처 에너지'에 지난달 발표했다. 효율과 내구성을 쉽게 끌어올릴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K기업, 상용화 기술에 열 올려
국내 기업들도 상용화 기술 고도화를 위해 뛰고 있다.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를 덧씌워 완성한 태양전지를 '페로브스카이트 탠덤 전지'라고 한다. 자외선과 가시광선 등 짧은 파장의 빛을 흡수하는 페로브스카이트로 단파장을 잡고, 실리콘으로 장파장을 잡아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한화큐셀)은 탠덤 전지 상용화 기술에서 세계적으로 앞선 기업으로 꼽힌다. 2024년엔 대면적 탠덤 전지로 28.6%라는 전력 효율을 기록,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태양광 기업인 HD현대에너지솔루션도 '대면적 탠덤 셀' 양산 공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전지가 커질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넓은 면적에서도 균일하게 페로브스카이트를 코팅할 수 있는 핵심 장비와 공정 최적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