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 화성 탐사 로버 '큐리어시티'가 35억년 된 암석에서 생명체의 흔적일 수 있는 유기 분자를 새로 찾아냈다. 고대 화성에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서가 추가된 것이다.
플로리다대 지질과학과 연구팀은 큐리어시티가 채집한 화성 암석 샘플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최근 발표했다. 샘플은 화성 적도 부근 게일 분화구의 글렌 토리든 지역에서 나왔다. 이 지역은 과거 호수였을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이곳의 점토질 사암에서 탄소를 포함한 유기 분자 21개를 확인했다. 이 가운데 7개는 지금까지 화성에서 관측된 적이 없던 물질이다. 일부는 DNA와 RNA 같은 유전 물질의 전구체와 비슷한 질소 함유 고리 구조를 갖고 있었다. 점토 광물은 유기물을 오랜 시간 붙잡아 두는 특성이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한 유기물 일부가 약 35억년 동안 암석 속에 보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번 분석에는 큐리어시티에 실린 '샘플 분석 장비(SAM)'가 쓰였다. 로버가 암석을 뚫어 가루로 만든 뒤, 유기물을 분해하는 화학 시약을 넣어 성분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화성에서 이런 방식의 습식 화학 분석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다만 이번 발견만으로 고대 화성에 생명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유기 분자는 생명체가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운석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왔거나 지질 작용으로 생겼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도 유기물의 기원을 확인하려면 화성 암석을 지구로 가져와 정밀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화성은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밤 기온은 영하 100도 아래로 떨어지고, 대기가 희박해 강한 태양 복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하지만 과거 화성에는 액체 상태의 물이 있었고, 복사선을 막아주는 대기도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이 고대 화성을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 후보로 보는 이유다.
큐리어시티는 2012년 8월 게일 분화구에 착륙해 고대 화성에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있었는지 조사해 왔다. 2021년에는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투입돼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견이 화성에 '생명이 있었느냐'에서 '그 흔적이 어디에 남아 있느냐'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이번 계기로 화성 암석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는 차기 탐사 계획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