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권으로 벼락부자가 됐습니다. 지중해의 섬나라로 이주해 방 27개짜리 대저택을 샀고, 롤스로이스도 두 대나 굴렸죠. 요트까지 장만했습니다. 어머니가 저축하라고 말렸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며 손을 저었습니다. "쌓아두기만 하는 돈은 삶의 생기를 앗아간다고요." 그렇게 5년 만에 전 재산을 탕진하고 영국으로 쫓겨 돌아왔습니다.
놀라운 것은 그 책 원고를 쓰는 데 딱 30일밖에 안 걸렸다는 겁니다. 아버지의 낡은 타자기로 8만 단어를 내리 쳤죠. 수정도, 퇴고도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출판사 편집자에게 원고 뭉치를 건넸더니, 나중에 읽겠다면서 선반 위에 툭 던져놓더군요. 그 원고가 23개 언어로 번역되고 2000만 부 넘게 팔린 책이 될 줄이야.
나는 이 책의 제목을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로 정했습니다.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다른 원숭이와 달리 몸에 털이 없는 녀석들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쓸 것"이라고 집필 전부터 떠들고 다녔거든요. 나는 동물학자의 눈으로 인간을 관찰했습니다. 도박에 빠진 사람의 심장이 뛰는 건 원시인이 사냥감을 쫓던 그 흥분과 같은 것이고, 파티에서 나누는 쓸데없는 잡담은 원숭이들이 서로 털을 골라주며 "나는 네 편이야"라고 확인하는 행동에 다름없다고 책에 썼어요. 한마디로 인간은 만물의 영장(靈長)이 아니라 영장류 동물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종교계는 분노했고, 책을 불태우기도 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금서(禁書)가 됐죠. 학자들도 지나친 단순화라고 내 책을 비판했지만, 대중은 열광했어요.
사실 나는 정식으로 훈련받은 과학자입니다. 옥스퍼드대에서 작은 물고기의 번식 행동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죠. 훗날 노벨상을 받은 동물행동학의 대가(大家)가 지도 교수였어요. 그분이 "한 종만 파고들어라"고 했는데 나는 물고기에서 침팬지, 그리고 인간이라는 종까지 손을 뻗고 말았네요. '털 없는 원숭이'를 쓴 "철없는 원숭이"라고 놀려도 괜찮아요. 나는 누구일까요.
▲정답은 '데즈먼드 모리스'(1928~2026)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저술가로 활동한 데즈먼드 모리스가 98세로 최근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67년 출간한 '털 없는 원숭이'에서 인간을 '가장 섹시한 영장류'로 규정해 세계적 논란을 불렀다. 출간 50주년 기념 저자 서문에서 그는 "2차 세계대전 때 어린이었던 내 눈에는 다른 누군가를 죽이는 데만 사로잡힌 어른들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그래서였는지 나는 학교에서 글짓기 시간이 되면 인간을 '뇌가 병든 원숭이'로 묘사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서 그는 침팬지 '콩고'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고, 예술적 표현이 인간 고유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주장하며 예술의 기원에 대한 논쟁도 촉발했다.